K리그 동남아 개척…급할수록 돌아가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8일 05시 45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베트남 올스타전 준비 부족 여실

지난달 29일. 0-1 충격패로 끝난 ‘K리그 베트남 올스타전’은 K리그의 동남아 시장 개척을 위해 프로축구연맹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이벤트였다. 그러나 경기 결과와 이벤트 내용 모두 프로축구연맹이 동남아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연맹의 의도대로 이번 이벤트가 동남아 시장 개척의 첫걸음이 되기 위해서는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했어야 했다. 베트남 내에서 자국 대표팀보다 인기가 높은 U-23 대표팀을 상대로 K리그 올스타들의 한 단계 높은 실력을 선보인다면 K리그의 상품성을 동남아 축구 시장에 어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쁜 리그 일정으로 올스타전에 가볍게 임하려는 선수들은 연맹의 의도와는 달리 무거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이번 베트남 올스타전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면 K리그의 동남아 시장 개척은 실패로 돌아간 것일까.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르다. 6억 인구와 축구에 관심이 많은 재벌기업이 있는 동남아 시장은 K리그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동남아 시장 개척의 좋은 모델은 일본의 J리그다. J리그는 이미 7년 전부터 리그 경기를 동남아에 녹화중계로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구단 간 자매결연으로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연맹차원에서는 동남아 재벌 기업을 상대로 스폰서유치에 나서 실제 수익으로 연결 시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J리그의 동남아시장 개척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선수 영입이었다. J리그는 2014년, ‘동남아시아 쿼터제’를 도입해 동남아 국적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비록 J2리그 등 하부리그 위주로 선수가 영입되고 기존 일본선수들과 비교해 실력차가 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J리그의 동남아 시장 개척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J리그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접근해 안정적으로 동남아 시장을 품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시장 전략으로 K리그가 동남아 축구의 ‘플랫폼 리그’를 자처하는 방안도 있다. 아직 경쟁력이 부족한 유망주 선수들을 동남아 리그에 임대시켜 출전 경험을 쌓게 하고, 반대로 동남아의 실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동남아 시장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동남아 선수는 다른 아시아 쿼터 선수들보다 비교적 몸값 부담이 적기에 재정적으로 열악한 팀이 고려해볼 만한 좋은 방안이다. 동남아 재벌의 스폰서 유치까지 생각한다면, K리그를 향한 초기 관심을 모으는 방편으로 플랫폼 리그를 자처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이다.

결과가 어쨌든 이번 올스타전을 통해 동남아의 축구 열기가 대단하다는 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동남아의 축구열기를 한국 축구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연맹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윤승재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a867bc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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