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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꿈에 그리던 조국… 日강제징용 등 무연고 유해 101구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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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꿈에 그리던 조국… 日강제징용 등 무연고 유해 101구 귀환

장원재특파원 입력 2017-08-07 03:00수정 2017-08-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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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사찰 보관 33구 1차로 봉환식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 관계자들이 6일 도쿄 소재 재일동포 사찰 국평사에서 강제징용 등으로 일본에 왔다가 세상을 떠난 무연고 유골 33위를 한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유골함을 들고 나오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드디어 그리던 고국에 가실 수 있게 됐습니다.”

6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히가시무라야마(東村山)시. 재일동포 사찰 국평사(國平寺)의 주지 윤벽암 스님이 ‘박성룡(朴性龍)’이라고 쓰인 유골함 앞에서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1921년 태어난 박성룡 씨는 20대 초반 일제에 강제동원돼 사할린 광산에 끌려갔다. 광복 후 일본인 부인과 함께 일본에 정착했지만 가정은 원만하지 않았고 부인이 세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육체노동을 하며 입에 풀칠을 하던 중 몸이 망가졌고 전기와 가스가 끊긴 어두운 집에서 혼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재일동포 할머니 할아버지를 지원하는 모임’의 미즈시리 후쿠코(水尻福子) 대표는 “사이타마(埼玉)현의 병원에서 8년 투병 끝에 2002년 숨졌지만 유해를 둘 곳이 없어 화장 후 이리로 왔다”며 “헤아릴 수 없는 한을 안고 돌아가신 후에도 쉴 장소를 찾지 못하던 박 할아버지가 고국에 가시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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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문을 연 이 절에는 박 씨처럼 일본 전국에서 모인 재일동포 무연고 유골 약 300구가 보관돼 있다. 윤 스님은 “강제징용 등 여러 이유로 일제강점기 일본에 왔다가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국평사는 한국 시민단체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와 협력해 신원이 파악된 101구를 순차적으로 한국에 보내기로 하고 이날 봉환식을 열었다.

이 중에는 태평양전쟁 때 연합군 포로 감시를 맡았다는 이유로 B, C급 전범 판결을 받았던 이영길 씨(1991년 사망)도 포함돼 있다. 이 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인도네시아 감옥에 수감됐고 정신이 이상해진 채로 일본에 돌아왔다. 이후 40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지내다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매년 여름 병원 인근에서 불꽃놀이를 할 때마다 ‘함포사격’이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일본에선 자국민이 아니라고 돌봐주지 않았고, 한국에선 일본에 협력했다고 오래도록 백안시했다. 조선인 B, C급 전범 모임 ‘동진회’의 이학래 회장(92)은 이날 고령에도 행사장을 찾아 이영길 씨의 유골 앞에서 한동안 묵념을 올렸다. 그는 “숨진 후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모두의 노력으로 이번에 고국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 정부는 2006년 조선인 B, C급 전범 상당수를 피해자로 인정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줬다.

위원회 관계자는 “한일 간 쌓여 있던 과거 청산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가져간 유골은 광복절에 국민추모제를 열고 이후 서울시립승화원에 안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측은 일단 33구를 이번에 봉환하고 올해 말∼내년 초에 걸쳐 나머지 유해도 가져올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이들은 군인 노무자 위안부 피해자 등을 포함해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에게 한반도 출신자 유골 봉환을 요청했고 이후 군인·군속의 유골 봉환은 일부 이뤄졌다.

하지만 민간인 희생자 유골 봉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15년까지 발견된 노무 동원자 유골은 2745구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홋카이도(北海道)에서 115명의 유골이 돌아오는 등 일부만 봉환된 상태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 정부가 유골 발굴 및 봉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일본 무연고 유골#봉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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