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직 척추염’ 방치하면 신장도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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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교수팀 연구 발표… 엉덩이 통증 번갈아 나타나면 의심을

A 씨(34)는 10년 전 뼈가 점차 굳어지는 ‘강직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몸에 면역 세포가 자신을 공격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 외에 달리 치료 방법이 없다. 약을 복용해왔지만 A 씨는 4년 전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만성 신부전증의 전 단계였다. 현재 A 씨는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

젊은 남성에게 주로 생기는 강직 척추염이 척추는 물론 주요 장기인 신장까지 망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팀에 따르면 강직 척추염 환자 681명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40명(6%)에게서 단백뇨가 검출됐다. 단백뇨 검출은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다. 강직 척추염이 안구나 피부 등의 건강을 해친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주요 장기인 신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강직 척추염이 발생하면 척추에 염증이 생기면서 점점 뻣뻣하게 굳는다. 안구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 소화 장애를 유발하는 크론병, 피부건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척추엔 아무 증상 없이 포도막염, 피부건선, 크론병만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강직 척추염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3만1920명이던 환자가 지난해 4만7명으로 5년 새 25.3% 늘었다. 20∼40대 젊은 남성이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이다.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도 불분명하다.

이 병은 일단 뼈가 굳기 시작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 시 소염진통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척추가 굽을 수 있다. 이 교수는 “강직 척추염이 진행되면 뼈가 굳으면서 약해져 가벼운 충격으로도 골절을 입을 수 있다”며 “경미한 낙상 사고나 교통사고를 당한 뒤 경추가 골절돼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고개를 숙이거나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증상이 계속되면 강직 척추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무릎이나 발목이 붓거나 포도막염이 재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간혹 허리 디스크 증상과 헷갈려하는 환자가 있다. 허리 디스크는 움직일 때 더 통증이 심하지만 강직 척추염은 오랫동안 쉰 뒤 통증이 더 심해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엉덩이 통증이 양쪽으로 번갈아 나타나며 간헐적으로 반복된다면 강직 척추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강직 척추염#엉덩이 통증#단백뇨#허리 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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