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독배 마시는 심정”… 천정배-정동영 “몰염치” 협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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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당권 도전’ 국민의당 내홍 격화

비전 발표한 안철수 vs 反안철수 의원들 심야회동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 사진)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소매를 걷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작지만 강한 야당’을 혁신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비판하고 있는 천정배 전 대표(오른쪽 사진 왼쪽 줄 맨 앞)와 정동영 의원(오른쪽 줄 맨 끝) 등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이날 오후 9시경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비전 발표한 안철수 vs 反안철수 의원들 심야회동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 사진)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소매를 걷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작지만 강한 야당’을 혁신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비판하고 있는 천정배 전 대표(오른쪽 사진 왼쪽 줄 맨 앞)와 정동영 의원(오른쪽 줄 맨 끝) 등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이날 오후 9시경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출마했다. 당과 운명을 같이하겠다.”(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 전 대표의 출마는) 누울 자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몰상식, 몰염치다.”(천정배 전 대표)

“지난 1년 6개월간 사당화의 그늘에서 지지율 성적표가 5%가 됐다.”(정동영 의원)

8·27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당권 주자 3명은 휴일인 6일 국회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안 전 대표의 출마 정당성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당 혁신비전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의 현재 상황을 ‘심정지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심장이 정지돼 쓰러진 환자는 전기충격을 줘야 살아난다. (자신의 출마선언으로) 당이 들썩들썩하고 있는데,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전 대표와 정 의원도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대표를 맹렬히 공격했다. 천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으로 공석이 된 지도부에 패배한 후보가 들어간다는 것은 구태 중의 구태”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런 지도력으로 1, 2년을 더 이끈다는 것은 당이 소멸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참모그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한 것은 유력 당권 후보인 천 전 대표나 정 의원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과거 열린우리당의 창당 주역인 천 전 대표나 정 의원이 당권을 잡는다면 제3당으로서의 국민의당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란 얘기다. 안 전 대표를 돕는 한 현역 의원은 “두 후보가 나서면서 전당대회가 ‘올드보이의 귀환’의 장이 됐다”며 “국민의당의 ‘새 정치’에 맞는 인물이 전당대회에 나왔다면 안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놓고는 다른 시각도 나온다. 5·9대선 패배 이후 안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좁아진 데 대한 조바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 후 안 전 대표를 돕던 현역 의원들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며 “지지 세력과도 거리가 생기다 보니 조급증이 생겨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가 주변의 만류에도 출마를 강행한 결과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는 측근의 영향력이나 수도 대선 때보다 크게 줄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역 의원 가운데 송기석, 최명길 의원이 참석했고, 원외 인사 중에는 문병호, 김영환 전 최고위원이 자리를 지켰다. 김경록 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회 대변인을 비롯해 지난 대선에서 안 전 대표를 도왔던 참모그룹 상당수가 출마 선언 전까지 안 전 대표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지지하는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109명의 지지 서명의 진위가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국민의당 김현식 충남 천안병 지역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20명의 지역위원장 가운데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리스트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 리스트를 작성한 김철근 서울 구로갑 지역위원장은 “조작 운운하며 당내 통합을 망쳐선 안 된다.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을 비롯해 조배숙 장병완 의원 등 현역 의원 10명은 이날 오후 9시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동 후 조 의원은 “당 차원에서 109명 리스트를 진상조사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7일에는 안 전 대표를 만나 출마를 직접 만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최우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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