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외국인 1%… 몰라 못쓰는 ‘M패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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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위해 2011년 도입… 하루 20번까지 대중교통 이용 가능
정액권 구입 안내조차 없고 판매처 3곳뿐이라 이용 불편
‘패스’로 관광객 모으는 日과 대조

“이 카드 보셨나요?” 국토교통부가 2011년 12월부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있는 수도권 대중교통 정액권 ‘M패스’ 카드. 서울 경기 인천에서 지하철, 버스를 하루에 최대 20번 탈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 카드 보셨나요?” 국토교통부가 2011년 12월부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있는 수도권 대중교통 정액권 ‘M패스’ 카드. 서울 경기 인천에서 지하철, 버스를 하루에 최대 20번 탈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4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1회용 승차권을 구입하려던 대만인 재스민 챈 씨(24·여)는 적잖이 당황했다. 자동판매기 모니터에서 행선지인 ‘잠실’을 찾았으나 노선도가 복잡해 쉽지 않았다. 챈 씨는 여름휴가 5일 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주요 관광지를 들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매번 번거롭게 승차권을 구입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해외여행을 가면 보통 혜택이 많은 현지 교통 정액권을 구입한다. 한국에 정액권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정액권이 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2011년 12월 도입한 수도권 대중교통 정액권 ‘M패스’다. M패스는 국내 교통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마련됐다. 서울 경기 인천의 지하철, 공항철도, 시내버스를 거리에 상관없이 하루 20번 탈 수 있다. 1일권(1만 원)부터 7일권(5만9500원)까지 5종류다. 유명 관광지의 입장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용객이 하루 평균 1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6일 동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교통공사(지하철 1∼8호선)에서 받은 자료(2012년∼올 5월)를 분석한 결과 M패스는 올 1∼5월 하루 평균 82명이 이용했다. 이용자가 가장 많았던 2014년에도 223명에 불과했다. 2012∼2016년 인천과 김포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연평균 896만2672명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M패스 이용객은 6만8172명으로 이용률은 0.76%였다.

무엇보다 M패스를 사기가 쉽지 않다. M패스는 인천국제공항, 명동관광정보센터, 한국스마트카드 본사(서울 중구 후암로) 등 단 3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싱가포르인 벵쿤 씨(27)는 “인터넷, 여행자센터 등 어디에서도 M패스 관련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보 부족에 관리 부실로 방치되는 셈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단체가 아닌 개인은 전체의 75%(608만여 명)였다. 개인은 중국의 ‘경제 보복’ 같은 외부 요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한국을 찾는다. 이들 대부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 지하철을 편리하게 탈 수 있도록 배려해야 재방문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를 위해서라도 이들의 이동 정보는 요긴하다. 하지만 국토부는 M패스 판매, 이용 실적 등의 정보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M패스 이용 통계도 지하철 1∼8호선만 추출할 수 있다. 광역철도나 버스 등과 관련된 자료는 없다. 소중한 관광 정보가 버려지는 꼴이다.

일본은 대중교통 정액권을 관광객 유치에 적극 활용한다. 지하철역은 물론이고 호텔에서도 정액권을 구입할 수 있다. 일본의 관광단체나 기구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주요 관광지 및 대중교통망과 함께 정액권이 대부분 소개된다. 오사카(大阪)시의 교통 정액권은 지난해 120만 장이나 팔렸다. 도쿄(東京)도 교통국의 야마카게 아키호(山蔭秋穗) 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숨은 관광지를 찾는 개인 관광객은 작은 역도 스스로 찾아갈 정도”라며 “대중교통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조유라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대중교통#m패스#외국인#교통 정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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