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과 규제만으론 성공 못 할 8·2부동산대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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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경부터 전국 모든 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씩 낮추는 대출규제를 시행한다고 금융감독원이 어제 밝혔다. 국세청은 서울과 세종 등의 다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겠다며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실거주 주택 이외에는 주택을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8·2부동산대책 발표 후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아파트값의 오름세는 일단 둔화됐다. 정부가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겨냥한 서울 강남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온다지만 올 들어 실거래가 이뤄진 적이 없는 호가(呼價) 위주의 가격 하락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부동산대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산과 수도권 신도시 일부 지역으로 퍼지고 있는 부동산 열기가 이번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인지, 원래부터 있던 매수세인지 신중한 진단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서민 중산층과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지만 부동산시장 동결이나 경착륙도 바람직하진 않다.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도 자신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2011년)에서 “(주거 안정 문제를) 다주택자의 문제로만 이해해서 무조건 집을 팔도록 세금이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세금과 규제 강화에 치중한 8·2부동산대책으로 서민 중산층의 주거안정이 가능해질지 의문이다.

이미 주택가격이 급등했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새 집을 지을 땅도 여의치 않다. 정부 규제만으로 서민 중산층이 감당할 만한 수준까지 가격을 내리거나 주거환경이 좋은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시세차익을 노려온 다주택자들을 임대주택사업자로 전환케 하는 정책을 추진하면 4년 임차기간이 보장되고 임차료 인상도 연 5%로 제한돼 안정적인 임대물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모두가 자가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 대신 세원(稅源) 노출을 꺼려 임대사업자 등록을 기피해온 다주택자들을 끌어낼 당근과 채찍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 보유자#8·2부동산대책#부동산 가격 안정화#중산층 주거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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