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불펜은 왜 뚝심으로 안 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7일 05시 30분


SK 서진용-김주한-박희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SK 서진용-김주한-박희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지금 KBO리그는 ‘블론의 시대’다. 압도적 마무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블론세이브가 속출하고 있다.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는 KIA도 불펜이 약점(팀 블론세이브 11개)이다. 5일까지 블론세이브 1위 팀인 SK는 무려 19개에 달한다. 롯데(16개)와 한화, 넥센(이상 13개)이 뒤를 잇는다. 블론세이브가 적은 팀도 불펜이 강해서가 아니라, 세이브 기회 자체가 희소한 웃지 못 할 상황이다. NC(6블론)를 제외하면 온전히 불펜이 돌아가는 팀이 안 보인다.

왜 상하위 팀을 가리지 않고, ‘불펜대란’이 펼쳐지는 것일까. 과거의 삼성 오승환(현 세인트루이스)처럼 막강한 마무리가 없는 탓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벤치의 불펜 운영법도 블론 남발의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

가장 블론세이브가 많은 팀인 SK가 그 대표적 사례다. 서진용이 6개, 김주한이 4개, 박희수가 3개의 블론세이브를 저질렀다. 이쯤 되면 불펜이 붕괴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2017시즌 마무리를 서진용으로 출발했다. 데이터에 근거해서 서진용의 구위가 불펜투수 중에서 가장 위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스물다섯 나이에 중책을 맡은 서진용은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숫자로 찍히지 않는 심리적 요인에서 서진용은 성장통을 노출했다. 블론세이브가 쌓이자 내면적으로 그 자리를 감당하지 못했다.

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서진용이 한계에 직면하자 힐만 감독은 베테랑 좌완 박희수를 다음 마무리로 낙점했다. 그러나 박희수도 지니고 있는 구위 이상의 실적을 발휘하지 못했다. 1주일(6경기)에 3패를 홀로 떠안은 적도 있었다. 결국 박희수도 마무리에서 탈락했다. SK는 고정 마무리가 사라졌다. 집단 마무리는 곧 SK 불펜 운영의 대원칙이 실종됐음을 의미한다.

서진용과 박희수는 마무리가 될만한 자질을 갖춘 투수일 것이다. 다만 안 좋았을 때 선수를 회복시키는 템포에서 SK와 힐만 감독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현실적으로 KBO리그의 투수들은 메이저리그나 일본야구의 불펜 투수들만큼 정신적으로 강인하지 못하다는 것을 간과한 셈이다. KBO리그의 얇은 선수층에서 믿을만한 불펜투수는 원천적으로 희귀하다. 그 결과, 상황이 나빠도 그 투수를 써야만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사례로 SK를 꼽았지만 큰 틀에서 나머지 구단의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kt도 마무리 김재윤의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NC도 불펜의 선제적 기용을 감행하고 있다. KIA 역시 마무리 김윤동의 혹사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저마다 위험성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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