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홍서범부터 GD까지 ‘쇼 미 더’ 한국 힙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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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힙합 에볼루션/김봉현 글·SUIKO 그림/180쪽·1만5800원·월북

홍서범의 ‘김삿갓’이 한국 최초의 랩곡이라니. 책을 펼치는 순간 당혹감이 밀려오지만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봉현이 1989년부터 2016년까지 오늘의 힙합을 만든 ‘레전드’ 28곡을 선정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분석한 책이다. ‘김삿갓’이 최초의 랩곡인 이유에 대해 그는 “랩은 리듬을 근간으로 하는 발화 양식이며, 홍서범이 오직 리듬에 의지해 가사를 내뱉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랩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음악이 있었던 시절부터 음악 이상의 복합적 의미를 고찰하는 시기까지 말 그대로 힙합의 ‘진화’를 다룬다.

마니아가 좋아하는 음악뿐 아니라 지드래곤의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에픽하이의 ‘플라이(Fly)’ 같은 대중적 음악에 대한 서술도 흥미롭다. 그는 지드래곤의 음악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해낼 수 없었던 삶과 일치된 ‘스왜그’를 보여줬다고 분석한다. 또 H.O.T.에게 힙합이 도구였다면 원타임에겐 힙합이 정체성이었으며 그것이 빅뱅의 토대가 됐다는 해석도 날카롭다. 각 챕터 말미에는 선정된 곡에 대한 다른 의견을 소개하는 ‘반박’ 코너도 있다.

드렁큰 타이거, 버벌진트, 다이나믹 듀오, 일리네어 레코즈, 넉살 등의 음악이 당시 맥락에서 가졌던 의미와 아티스트들 사이의 관계, 팬들의 반응까지 넣어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주된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김봉현과 함께 힙합 웹툰을 그리고 있는 수이코(SUIKO)의 일러스트와 인포그래픽도 유머러스하다. “내가 고등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했다”거나 “내가 이렇게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는 대목도 중간중간 등장해 당황스럽지만 웃음을 유발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힙합 에볼루션#김봉현#suiko#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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