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다정한 손길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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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칭/애슐리 몬터규 지음·최로미 옮김/620쪽·2만8000원·글항아리

접촉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각인시킨 영화 ‘사랑과 영혼’(1990년). 동아일보DB
접촉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각인시킨 영화 ‘사랑과 영혼’(1990년). 동아일보DB
경기도의 한 회사에서 미혼 직장인 32명을 대상으로 미니 설문조사를 했는데, ‘평소 가장 많이 만지는 것’ 1위가 휴대전화였다고 한다. 컴퓨터와 냉장고가 그 뒤를 이었다. 3순위 안에 기계만 올라 있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이다. 사람과의 접촉보다 기계와의 접촉에 더 익숙해진 세태를 또렷이 보여주는 결과였다.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어루만지거나 다정히 쓰다듬으면 활동성이 증가하고 안정감을 느끼며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저항력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친밀한 신체 접촉을 경험하지 못하면 심한 경우 조현병이나 자폐의 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 버려졌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스스로 무감각해지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한평생 진화, 양육, 젠더, 인종에 대해 연구해 온 인류학자 애슐리 몬터규가 접촉이나 접촉의 결핍이 인간과 동물에게 일으키는 생리적, 심리적 변화를 탐구했다. 새 생명이 엄마의 자궁에서 경험하게 되는 최초의 접촉부터 출산과 모유 수유, 성장기, 성인기, 더 나아가 다양한 문화에서 관찰되는 온갖 접촉을 다룬다. 그에 따르면 피부는 “단순히 근육을 감싸고 있는 거죽이 아니라 개인과 세계의 경계이자 외부 정보를 인지하는 가장 크고 넓은 감각 기관”이다. 이 책은 출간됐을 당시 불모지로 여겨졌던 관련 연구 분야를 혁신적으로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사람들이 점차 “미각, 후각, 촉각 같은 ‘근접 감각’보다 시각, 청각 같은 ‘원격 감각’”에 더 의존해 소통하며 “근접 감각은 대체로 꺼려지기까지 한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면 파키스탄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선 산모와 아기가 함께 지내야 하는 전통 방식을 구식이라 여기며 아기를 신생아실로 옮겨 관리하는 서구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출생 직후 충분히 엄마의 손길을 받지 못한 아기는 ‘영아무호흡증’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따뜻한 엄마의 품’이 아이를 양육할 때 더없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부모가 아니라면 잊고 있던 사람의 온기와 그 이로움을 다시 생각해 보기에 좋다. 적절한 피부 자극을 받지 못한 사람은 건강한 인간으로 온전하게 발달하지 못한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사랑받아 본 사람만이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것과 같이.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터칭#애슐리 몬터규#근접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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