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조종간 10대 소년에 잠시 맡긴 조종사, ‘자격정지·입건’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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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4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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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lbilad TV
사진=Elbilad TV
10대 소년이 최근 비행 중인 알제리 항공 여객기의 조종석에 앉아 조종 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기장과 부기장의 조종사 자격이 정지됐다.

영국매체 텔레그레프 등 외신은 알제리 현지 매체를 인용, 최근 알제리 항공 국내선 여객기 AH6212편 기장이 수도 알제에서 세티프까지 가는 비행 중 조종실의 기장 좌석에 10대 소년을 앉혀 잠시 일부 조종 장치를 만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여객기는 최대 80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수용할 수 있다. 당시 몇 명이 탑승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종석에 앉았던 10대 소년은 고아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일일 명예 조종사’ 자격을 얻어 이날 해당 여객기에 올랐다. 파일럿을 꿈꾸는 어린이에게 직업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자는 취지다. 소년은 파일럿 모자에 제복을 갖춰 입고 조종실에 들어갔다.

사건은 알제리 방송사 엘 빌라드가 소년의 일일 조종사 체험을 방송에 내보내며 알려졌다. 방송에서 전한 당시 조종실 상황을 보면, 제복을 입은 10대 소년 한 명이 왼쪽 조종석에 앉아 있다. 오른쪽 자리에는 부기장이 앉아 있고, 기장은 뒷좌석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 소년은 기장의 지시를 들으며 실제로 몇몇 버튼을 만지고 조작하기도 한다.

해당 여객기는 무사히 세티프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을 마친 뒤, 한 조종사는 앞으로 일어날 사태를 예상치 못한 듯 이날 방송 제작진과 인터뷰서 “아이가 무척 차분하고 세심했다. 분명 훌륭한 조종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가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었다”는 식의 발언을 덧붙였다.

어린이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해당 방송이 나간 뒤 어린이를 조종석에 앉혔던 기장과 부기장은 항공사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알제리 항공 대변인은 “이들 조종사의 행동은 승객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짓이었다”고 언론을 통해 전했다.

알제리 민간항공국은 지난 28일 두 사람의 조종사 자격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또 디 에비에이션 헤럴드에 따르면 기장은 이 사건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1994년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593편 추락사고’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당시 모스크바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아에로플로트 593편에서 기장은 자신의 십대 아들을 조종석에 앉혀 조종간을 잡게 했다. 이때 비행기의 자동조종 장치가 해제돼 실속 상태에 빠졌다. 실속(失速)이란 비행기 주익(主翼)의 양력(揚力)이 급격히 떨어져 추락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비행기는 결국 추락해 탑승하고 있던 75명이 전원 사망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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