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규제개혁 사이] 나는 드론과 쫓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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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4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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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 왕산 해수욕장에 해수면 25m 높이로 드론이 날아 올랐다. 이 드론은 30배 줌 카메라를 탑재한 정찰용 드론으로, 인근에 위치한 관제차량으로 실시간 영상을 전송한다. 관제차량 내부에서 드론이 보내온 영상을 관찰하던 운영요원은 파도에 휩쓸려 물에 빠진 관광객을 발견했다. 해상 사고다.

사고가 발생하자, 곧바로 대기 중이던 구조용 드론이 비행을 시작했다. 구조용 드론에는 3㎏짜리 구명튜브 3개가 매달려 있었고, 물에 빠진 관광객 인근에 도착하자 튜브를 하나씩 떨어뜨렸다. 드론에 탑재된 스피커에서 "곧 구조대가 올 예정입니다"라는 안내는 덤이다. 튜브에 매달려 대기 중이던 요구조자는 출동한 119 해양 구조대에 구조됐다.

< 인천 을왕리 왕산 해수욕장을 날고 있는 구조용 드론 >(출처=IT동아)
< 인천 을왕리 왕산 해수욕장을 날고 있는 구조용 드론 >(출처=IT동아)

이 모습은 지난 2017년 7월 14일 오전, SK텔레콤과 드론 전문업체 숨비가 준비한 ‘영상재난구조 시스템(Drone Mobile Station, DMS)’ 시연이다. 양사가 당일 선보인 시스템은 비와 바람에 강한 숨비의 산업용 드론에서 촬영하는 풀HD급 영상을 LTE 연결을 통해 전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카메라로 촬영 중인 영상을 LTE나 무선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송할 수 있는 ‘T 라이브 캐스터’를 활용한 것. 기존 LTE 방송장비 가격은 2000만 원대이지만 1/7 수준에 불과에 경제성을 갖췄다.

< SK텔레콤과 숨비가 선보인 영상 재난구조 시스템 이동형 관제 센터 >(출처=IT동아)
< SK텔레콤과 숨비가 선보인 영상 재난구조 시스템 이동형 관제 센터 >(출처=IT동아)

구명 튜브와 줌 카메라를 탑재한 숨비의 드론은 초속 13m/s 바람을 견딜 수 있다. 여기에 ‘드론 방식 구명장비 투하장치’, ‘집접화된 송수신부를 가진 고효율 무선 전력 전송 시스템’, ‘드론용 이착륙 시스템’ 등 특허기술도 적용했다. 숨비는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드론을 활용한 해양인명구조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2022년까지 1조 2,000억 투자한다

드론은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산림•농경지 생태와 수질환경•하천•해안 조사, 지적•항공 측량, 자원탐사, 토목공사 관리, 문화재 복원, 지형도 제작, 재난•재해 현장 등은 당장 드론을 도입해 새로운 기회를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인기체와 지상통제 장비, 영상 송수신 장치, LTE 및 5G 네트워크를 통한 데이터 연결 등으로 구성된 드론은 하늘을 날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 드론 시장 규모를 작년 대비 34.3% 증가한 60.4억 달러(약 6조 8,400억 원)로 예상했다. 개인용 드론 시장 규모는 23.6억 달러, 택배나 재난구조 같은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는 36.8억 달러이며, 상업용 드론은 현재 촬영이나 농업용이 대부분이지만, 향후 운송•건설•측량•보안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최근 매쿼리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드론 산업은 6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600만 개 드론이 하늘을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정부도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2017년 7월 19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2017∼2026)'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본계획을 통해 현재 704억 원 규모인 국내 드론 시장을 10년 뒤 4조 1,000억 원 규모로 성장시키고, 기술경쟁력은 세계 5위, 산업용 드론 6만 대 상용화 달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국토교통부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2017∼2026)(출처=IT동아)
국토교통부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2017∼2026)(출처=IT동아)

이를 위한 일환으로 국토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자해 관련 기술을 확보한다. 유망 분야 드론 시장에 대한 연구/개발(R&D)비를 확대해 국내 드론 기술력을 선진국의 90% 수준까지 따라잡는 것이 목표의 골자다.

국가 차원의 '드론 하이웨이(고속도로)'도 조성한다. 드론이 이동할 수 있는 하늘길을 ‘운송용 항공기 운항 지역(고도 4.3㎞ 이상)’, ‘경량 항공기 운항 지역(고도 0.3∼4.3㎞)’, ‘드론 운항 지역(고도 300m 이하)’ 등으로 나눠 관리한다. 이어서 드론 운항 지역은 수송 등 장거리/고속 비행을 위한 드론 하이웨이와 저속으로 비행하는 저속비행영역으로 나눠 기존 항로와 같은 하늘 길을 열어준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드론 하이웨이 개념도'(출처=IT동아)
국토교통부 '드론 하이웨이 개념도'(출처=IT동아)

드론 비행 수요가 많은 지역은 거점(Hub)으로 지정해 거점 간 이동로를 구축한다. 다만, 안전을 고려해 도로와 철도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공은 제외하고, 고밀지역, 위험시설, 군사시설 등도 우회하도록 설정한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드론 교통관리 시스템(UTM) 연구'를 2021년까지 진행한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드론 활용 영역

앞서 언급했던 SK텔레콤뿐만 아니라 택배 기업들도 드론 도입을 추진 중이다. CJ대한통운은 작년부터 동국대 산학협력사업단과 드론업체 유비드론과 협력해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복합물류센터에서 드론을 활용한 물류 시스템을 태스트 중이다. 특히, 이 물류 시스템은 사람이 조종할 필요가 없는 것이 특징. 드론이 스스로 날아올라 탑재한 카메라로 유통 기한 등 화물 정보를 수집한다. CJ대한통운은 작년 11월 한 달간 강원 영월군에서 물류배송 실험도 진행했다. 무게 1㎏ 이하의 택배를 영월영업소에서 인근 농업기술센터까지 왕복 5.2㎞를 드론으로 배송한 바 있다.

롯데그룹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작년 4월부터 드론 업체 유콘시스템과 함께 드론을 이용한 택배 안정성과 성능을 테스트 중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드론을 활용한 물류 배송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 아마존 프라임 드론, 출처: 아마존 >
< 아마존 프라임 드론, 출처: 아마존 >

참고로 현재 드론은 농업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농약과 비료 살포, 파종 등 다양한 작업에 사용되는데, 드론으로 항공 촬영하며 농작물을 관리하면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작업 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논밭에 병충해가 생긴 곳을 육안 혹은 열 감지 카메라로 확인해 효과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것. 이외에도 농작물 성장, 구획 관리 등도 영상 촬영으로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공공부문에서 드론을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국유재산 무단점거 등 실태조사에, 국립산립과학원은 소나무 재선충 항공 촬영에, 농촌진흥청은 채소 주산지 작황정보와 병충해 예방에, 한국전력은 고공 철탑과 해안가 배전설비 점검 등에, 해양과학기술원은 연안지역 무인 관측 시스템에, 경찰청은 실종사 수색 탐지 등에, 국민안전처는 화재와 재난 현장 탐지 등에 드론 활용 여부를 다각도로 테스트 중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기준 장치신고는 작년 말 대비 33.5%(728대), 사용사업 업체는 19.9%(205개), 조종 자격 취득자는 61.3%(813명)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2017년 상반기 기준 장치신고(출처=IT동아)
국토교통부, 2017년 상반기 기준 장치신고(출처=IT동아)

농업, 촬영에 편중되던 사업 범위도 점차 다변화 되고 있다. 약 7개월간 교육(3.3%p)과 측량‧탐사(1.4%p) 목적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한 반면, 농업(0.6%p)과 콘텐츠 제작(5.0%p) 분야는 감소했다.

다변화되고 있는 국내 드론 산업(출처=IT동아)
다변화되고 있는 국내 드론 산업(출처=IT동아)

날고 뛰는 드론, 쫓기 바쁜 규제

최근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 세곡동 사거리 인근에서 드론을 띄운 스페인 국적 남성(38)을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가 드론을 날린 곳은 서울공항과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사전에 군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역. 그는 건축물 촬영 전문가로, 종합건축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건물 홍보영상을 제작기 위해 60m 상공에 드론을 날려 단속에 걸렸다. 결국 그는 ‘드론 비행 규정’에 따라 벌금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아야 한다.

현행 항공법은 드론 비행을 엄격히 제한한다. 야간 비행은 아예 금지되어 있으며, 군사시설인 비행장이나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시설물 주변 반경 9.3㎞ 내에는 드론 비행 시 사전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한, 지역과 관계없이 고도 150m 이상 드론을 날릴 시에도 허가는 필수다. 국내 최대 도시, 최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은 드론 비행의 사각지대다. 한강 이남 지역은 김포공항과 서울공항 기준 반경 내이기 때문. 서울 강북지역도 청와대가 있어 드론을 날릴 수 없다.

때문에 드론을 날렸다가 처벌받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 부산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불법 드론 비행을 하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는 2013년 4건, 2014년 6건에서 2015년 20건, 2016년 21건으로 늘었다. 지난 3월에는 부산 송정해수욕장 죽도공원에서 드론을 야간에 날린 20대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또한, 국내에서 드론을 (공식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지역은 부산, 대구, 강원 영월, 전북 전주, 경남 고성, 전남 고흥, 충북 보은 등 7개 지역이 전부다. 더구나 드론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도 제각각이다. 드론 레이싱과 같은 용도로 비행할 경우에는 문화관광부가 드론에 사용되는 모터와 같은 부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드론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과학정보통신바(구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제각각이다.

이에 대해 드론 업계는 규제와 인증, 시험 테스트 등을 총괄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드론이 보급되고, 상용화 되고 있는) 현실과 (안전과 개인 정보 침해 등에 따른) 규제 사이의 조율책이 필요하다는 것.

다만,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국토부는 기존 무게•영리 목적에 따라 구분하던 자격 체계를 위험도와 성능에 기반해 나누고, 위험도가 낮은 완구류 드론은 최소한의 안전규제만 적용할 방침이다. 드론 테스트 공간도 확충한다. 2020년까지 전남 고흥에 항공기급 무인기 성능과 인증 시험 등을 서비스하는 국가종합비행시험장을 구축할 예정이며, 전국에 드론 이착륙장, 통제실, 정비고 등 시험 인프라를 갖춘 전용 비행시험장을 단계별로 조성한다. 이외에도 비행시험, 성능시험, 환경영향시험 등 드론 성능을 평가하는 드론 안전성 인증 센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드론 테스트 공간(출처=IT동아)
국토교통부 드론 테스트 공간(출처=IT동아)

드론 운용에 따른 안전•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 등록제와 자격/보험 제도 등도 마련한다. 선진국 수준(무게 250g 이상) 소유주 등록제 도입과 모바일을 통한 등록 등 쉽고 편리한 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보다 제조사와 소비자들의 자발적 주의와 노력에 따른 드론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한다. 관계자는 "드론 사고는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대부분 조작 미숙이다. 소비자들은 비행 준수사항을 지키고, 제조사는 기준에 맞게 드론을 선보이면 된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첫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 '규제와 규제개혁 사이'는 빠르게 발전하는 ICT 산업과 기존 산업이 융합하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 방향으로 가는게 바람직한지 고민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사합니다. 다만, 기존 산업의 테두리 안에서 예상 못한 일이 등장합니다. 이에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앞으로 메일(tornadosn@itdonga.com)을 주시기 바랍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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