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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수뇌부와 수사검사간 지시-이견 문서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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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수뇌부와 수사검사간 지시-이견 문서로 남긴다

배석준기자 입력 2017-08-04 03:00수정 2017-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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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의 ‘투명한 검찰’ 첫 조치… 수사 단계마다 처리과정 기록
문무일 “양손에 컵 든 상태면 못 쥐어… 무언가는 내려놓아야” 변화 강조
검찰이 사건 처리 등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 검사와 결재권자 사이에 의견이 다를 경우 이를 문서로 남기는 방안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국민에게 신뢰받는 ‘투명한 검찰’을 만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대검찰청은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 등 주요 결정 과정에서 결재권자나 지휘 라인이 수사 검사에게 지시를 하거나 수사 검사와 다른 의견을 낼 때 이를 문서로 남기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검찰청법은 검사가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는 과정에서 의견이 다를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제도 개선안은 ‘이의 제기’ 절차를 문서로 하도록 규정해 수사 검사의 독립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검찰에서 상급자는 수사 검사에게 구두로 각종 지시를 하거나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한 뒤 반환하면서 손으로 지적 사항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는 식으로 의견 전달을 하는 게 관행이다. 가령 사건 주임 검사가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결재를 올릴 경우 이를 반려할 때는 “해당 사건에 적용할 법리 검토 등이 부족해 보이니 다시 살펴보라”고 구두로 지시하거나 결재 서류에 그 같은 내용을 적은 쪽지를 끼워서 돌려보내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아 부당한 외압이나 지시가 이뤄지기 쉬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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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총장은 이런 관행을 없애야 투명하고 바른 검찰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결재권자와 수사 검사의 이견을 문서로 기록하도록 하면 상급자가 후배 검사의 사건에 부당한 지시를 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벌어졌던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의 갈등도 이런 제도가 없었던 점이 발단이 됐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은 국정원 직원 체포영장 청구 문제 등을 놓고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고 그 결과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최근 제주지검에서 일어난 이른바 ‘영장 회수’ 사건도 문 총장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은 대검의 제도 개선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검찰 간부는 “결재권자와 수사 검사의 이견을 문서로 남기도록 의무화하면 청와대나 법무부 등 힘 있는 기관의 외압을 거부할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 총장은 대검 내부 회의에서 “두 손에 물컵을 든 상태에서, 또 물병을 손에 쥘 순 없다. 무언가는 내려놓아야 쥘 수 있다”며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등을 앞두고 불필요한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꼭 필요한 것들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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