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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하?… 서민들 건강 망치게 부추기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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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하?… 서민들 건강 망치게 부추기는 격”

김호경기자 입력 2017-08-04 03:00수정 2017-08-0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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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금연운동협의회장
“값 인하땐 저소득층 흡연율 오르고… 국제사회서 큰 망신거리 될 것”
그도 한때 흡연자였다. 1988년 당시 젊은 의사였던 그는 우연히 담배의 유해성을 공부한 뒤 11년간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 ‘나만 혼자 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금연운동에 뛰어들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사진)의 얘기다.

“정말 서민 부담이 걱정된다면 다른 복지 정책을 만들어야지, 그런 고민 없이 담뱃값을 내리는 건 서민한테 계속 담배를 피워 건강을 망치라고 부추기는 겁니다.” 서 회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담뱃값 인하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 등 11명은 담뱃값을 인상 전인 2500원으로 인하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흡연 감소 효과는 미미한데 서민 부담만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서 회장이 가장 우려하는 건 저소득층이다. 과거에는 소득에 상관없이 성인 대다수가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가난할수록 담배를 더 많이 피우는 ‘흡연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소득 수준을 4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1998년 최하위층 남성 흡연율은 69.4%, 최상층은 63.8%로 그 격차는 5.6%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최하위층과 최상층 남성 흡연율 차가 각각 45.8%와 36.8%로 9%포인트로 늘었다가 담뱃값 인상 첫해인 2015년 3.8%포인트로 줄었다.


서 회장은 “국내 사망원인 질병 1∼3위(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모두 공통적으로 담배와 연관돼 있다. 담뱃값이 인하되면 저소득층 흡연율이 다시 올라 건강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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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담뱃값이 내려가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큰 망신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은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국제기본협약(FCTC)의 핵심 사항이다. 한국의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1위로 여전히 낮다. OECD 34개국 담뱃값 평균은 7.48달러(약 8435원)다.

협의회는 담뱃값을 OECD 평균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50%인 담뱃갑 경고그림 크기를 키워 담배회사 로고와 디자인을 완전히 없앤 ‘민무늬 담뱃갑’을 도입하고 담배 광고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서 회장은 정치인들이 담뱃값을 서민 달래기 도구로 삼는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담뱃값 인하를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을 강하게 비판해 흡연가들 사이에서는 문 후보가 당선되면 담뱃값이 인하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20년간 금연운동을 하면서 정치인에게 실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제발 담배만큼은 정치 논리를 떠나 10, 20년 뒤를 내다보고 부끄럽지 않게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홍관 금연운동협의회장#담뱃값 인하#금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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