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슈퍼 301조’ 거론에 “얘기 좀 하자” 美 잡아끄는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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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강경론 확산]美, 中기관 등 40곳 제재 움직임에 中, 물밑대화서 北제재 일부 수용 뜻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군사적 맞대응 움직임까지 보이며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물밑에서 일부 협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원유수입 전면 차단과 제재 명단에 김정은을 올리는 방안을 놓고 공전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완강히 거부하던 중국은 미 재무부가 북한과 거래해 온 중국의 무역회사와 금융기관 등을 무더기로 제재명단에 올리려고 하자 다시 대화를 요구하며 협상의 끈을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에 양국이 견해차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미국이 준비 중인 초강력 대중 경제제재안의 집행 여부는 물론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도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두 차례 발사된 북한의 화성-14형에 대해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공개 인정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대북 제재에 반대해 왔지만 최근 미국 측의 요구 중 일부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쳐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터키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에 대해)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미국과)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이 과정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과의 협상 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김정은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것에 대해 중국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협상 타결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북한의 핵 문제가 동북아 등에서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적 이슈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다, 혈맹관계인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압박에는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결국 금주 간 진행될 미중 간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내주쯤 대중 경제 제재를 발표하고, 군사옵션들도 구체화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 협상에 다시 나선 것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힘의 우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이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북핵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서서히 먹히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이란 북한 제재 법안에 서명하면서 “위험하고 안정을 깨는 이란과 북한의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인의 명확한 메시지”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방송 인터뷰에서 공개하면서 대북 군사 옵션을 구체화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북한에 대한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하게 강화하지 않는 추가적인 안보리 결의는 가치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금주 중 대중 경제제재안 발표를 암시하자 중국 정부의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가 준비하는 제재안에는 북한과 거래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 등을 위반한 중국의 무역회사와 금융기관, 단체, 개인 등 최대 40곳을 제재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의 대기업과 대형 은행이 포함되지는 않지만 북한과 거래해온 기업과 기관이 대거 포함되는 만큼 실질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제재하는 조항)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기업과 기관들이 중국을 대표할 정도로 규모가 큰 곳들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의 반응을 봐가면서 추가적으로 대상 기관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통상 전쟁을 의미하는 ‘슈퍼 301조’ 발동도 거론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북한과 러시아, 이란 통합제재법안 역시 기본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겨냥한 것이다. 3항에 배치된 북한 제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판매 금지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북한과의 온라인 상품 거래 금지 △북한 도박 사이트 차단 △북한 선박이나 유엔제재를 거부하는 국가 선박의 미국 영해 운항금지 등이다.

또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대표자와 외환결제 계좌를 유지하고 있는 모든 은행들은 미국 금융기관들과 거래하지 못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자산동결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북한 교역과 금융거래의 90% 이상이 중국 은행과 회사, 개인들과의 거래인 것만큼 이번 조치가 실행될 경우 중국 회사들이 세컨더리 보이콧의 핵심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의 대중 원유 공급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절대 다수가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하고 북한 노동자는 고용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중국의 대형은행은 이미 북한과의 거래가 없고 지방 소규모 은행의 거래는 파악조차 힘들다. 결국 이번 제재는 국제사회가 원하는 선언적인 조항을 망라해 중국과 러시아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자발적인 대북 제재를 유도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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