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의 명분 없는 대표 출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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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제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출마 이유에 대해 “결코 제가 살고자 함이 아니라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극좌, 극우에 대비되는 ‘극중(極中)주의’라는 개념을 강조하면서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정당으로서 국민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당의 얼굴’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이후 이도 저도 아닌 정당으로, 제3당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당의 창업자인 안 전 대표로선 절박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대로 가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가망 없다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가 하필 이 시점에 당권 출마를 선언한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지난 5·9대선에서 비록 3위지만 21.4%를 득표한 유력 정치인의 처신치곤 너무나 가볍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의 근간을 뒤흔든 ‘제보 조작’ 파문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안 전 대표를 필두로 국민의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 불과 사흘 전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던 다짐의 끝이 당권 도전인가. “명분이 없다”는 당내의 거센 반발은 당연하다.

국민의당을 명실공히 제3당으로 부상케 한 것은 좌우 양극단의 극한 대립에 질린 4·13총선의 민의였다. 그러나 이후 탄핵정국을 거쳐 대선 때까지도 중도정당의 가치를 보여준 적이 없다. 안 전 대표가 ‘극’과 ‘중’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어까지 꺼내면서 중도의 가치를 강조한 것은 앞으로는 중도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려면 지금은 나설 때는 아니다. 뒤에서 지원하고 당의 미래를 위해 일단 물러서는 것이 그러잖아도 어수선한 당의 분열을 막는 길이다. 그래야 지방선거 이후 정치인 안철수의 길도 보일 것이다.
#국민의당#안철수#8·27 전당대회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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