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구단들 ‘승운 호텔 찾기’ 별의별 전략…“호텔 레벨업 했더니 무패” “밥 잘먹어야 골 넣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4일 05시 45분


C구단 감독은 철저히 음식메뉴에 초점
G구단은 유독 승률 좋았던 호텔만 이용

원정비용 300만∼2000만원 천차만별
제주 원정 땐 왕복 항공료만 1000만원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이 치열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팀당 38경기씩(스플릿 라운드 5경기 포함) 진행하는 가운데 반환점을 이미 돌았고, 이제는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문득 궁금한 것이 있다. 한 시즌의 절반인 ‘집을 떠났을 때’의 선수단 풍경이다. 프로스포츠에서 홈과 원정의 차이는 크다. 승률부터 다르다. 모든 환경이 변하기에 원정 때는 최대한 편안하고 집처럼 익숙한 환경을 유지해줘야 원하는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 당연히 각 구단들은 원정경기 대비에 각별한 정성을 들인다.

● 프로축구단 원정 숙소 선택의 기준은 2가지

역시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숙소다. 대개 경기 전날 떠나서 경기를 마치고 연고지로 돌아오는 1박 2일 코스를 짜지만 상황에 따라 2박 이상 머물 때가 있다.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구단들은 원정 때 호텔에서 머문다.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4∼5성급 호텔이다.

선택의 기준은 2가지다. 입지조건(경기장 거리)과 식사의 질이다. K리그 규정상 모든 팀들은 킥오프 1시간30분전에는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 컨디션을 고려해 이동거리가 최대한 짧은 것이 좋다. 모든 감독들은 30분 이상 좁은 버스에서 선수들이 시간을 보내는 걸 꺼려한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일부 팀들은 어쩔 수 없이 다소 멀더라도 조금이나마 비용을 더 절약할 수 있는 곳을 찾곤 한다.

특정 지역을 찾았을 때 A, B구단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A구단은 경기장에서 아주 가까운 도심 한복판의 특급호텔에 머물지만 B구단은 이보다 훨씬 먼 거리의 저렴한 호텔에 머문다. 숙박요금은 1.5배 정도 차이가 난다. B구단은 돈을 줄였지만 A구단보다 더 피로한 것은 감수해야 한다.

C구단 감독은 다르다. 잠자리와 편의시설이 아닌, 철저히 식사에 초점을 둔다. 호텔 등급은 딱히 상관없다. 음식 메뉴와 수준이 좋으면 그만이다. 그 감독은 잘 먹어야 힘이 난다고 믿는다. 특히 한식(점심·저녁)이 중요한데, 호텔에 한식당이 없으면 인근 음식점에 요금을 달아놓고 끼니를 해결한다. 음식 맛있기로 소문난 지방의 어느 지역은 호텔의 수준이 떨어진 반면 한식당이 워낙 훌륭해 축구단으로부터 만족도가 높다. D구단의 한 직원은 “쾌적한 침실과 욕조 딸린 화장실도 중요하지만 먹는 문제가 의외로 큰 스트레스를 준다. 고른 영양을 섭취할 식단관리와 위생은 물론이고, 오직 선수단만을 위한 전용 홀(미팅 룸)에서 조용히 밥 먹는 것을 선호한다. C구단 감독이 유독 이 부분에서 깐깐하다고 소문이 났다. (전용 홀이 없어) 일반인과 식사시간이 겹치거나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크게 화를 낸다고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늦은 체크아웃과 숙소 징크스도 선택의 이유

요즘에는 팀 매니저가 체크해야 하는 체크포인트가 늘었다. 늦은 체크아웃 가능 여부다. 경기장 이동에 30분 정도 걸린다고 가정할 때 오후 7시 킥오프에 맞추려면 오후 5시에 호텔을 나서야 한다. 통상 체크아웃 시간이 오전 11시∼정오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체크아웃을 미리 늦춰놓아야 한다.

K리그 팀들을 많이 받아본 호텔은 추가요금을 받지 않는 친절을 베풀지만 경험이 적은 숙소는 요금을 더 내라고 해서 갈등을 빚곤 한다.

E구단 관계자는 “3∼4시간 더 머문다는 이유로 하루치 비용을 계산해줄 것을 요구하는 호텔도 종종 있다. 추가비용은 얼마든지 더 지불할 수 있지만 이틀치 비용을 모두 계산해달라고 하면 많이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F구단은 호텔과 사전협의 없이 원정을 떠났다가 방 배정이 끝난 뒤 레이트 체크아웃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오 무렵 일찍 짐을 뺀 선수단은 통사정 끝에 어렵사리 방 6개를 따로 확보했다. 5∼6명이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쉬다가 경기장으로 향했다. 당연히 F구단 매니저는 코칭스태프는 물론, 구단 대표이사의 엄청난 질책을 받아야 했다.

숙소 징크스도 선택의 변수 가운데 하나다. 유난히 승률이 좋은 호텔이 존재한다. G구단은 분위기 전환을 요청하는 감독의 의견을 받아들여 과거 몇 시즌동안 사용했던 호텔 대신 높은 레벨의 호텔로 바꿨다. 놀랍게도 이 때부터 G구단은 한참 동안 무패 행진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당연히 G구단은 그 호텔이 사라지지 않는 한 숙소를 옮길 계획은 없다.

● 프로축구단의 원정 비용과 선수단 방배정의 원칙은?

그렇다면 한 번 원정을 떠나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가장 높은 비중은 방값이다.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까지 합쳐 30명이 움직인다고 했을 때, 필요한 방은 최소 20개. 선수는 베테랑 및 외국인선수를 불문하고 국내에서는 무조건 2인 1실이다. 여기에 장비실과 마사지 전용 룸을 추가로 예약한다.

제주 지역은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왕복 항공료만 1000만원 정도다.

그 다음이 식사비용이다. 수도권∼경상권∼전라권 등 같은 권역으로 향하는 원정은 대개 경기 전날 늦게 출발해 경기 당일 2끼(조식, 중식) 정도만 해결하면 돼 최대한 절약이 가능하다.

방 배정의 경우, 신분에 따른 프리미엄은 있다. 의무스태프가 머무는 마사지실은 주로 선참들의 방 근처로 배정한다. 코치들은 흡연 여부에 따라 흡연 객실을 받는다. 원활한 코치진 미팅을 위해 넓은 공간이 필수인 감독을 위해서는 호텔이 스위트룸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