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선발진 막차, 5선발의 중요성은 얼마나 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4일 05시 30분


LG 김대현. 스포츠동아DB
LG 김대현. 스포츠동아DB
KBO리그는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가 확립되면서 한 시즌에 소화하는 경기가 144경기로 늘었다. 각 구단은 올해로 3년째 정규시즌 144경기를 소화하고 있지만 장기 레이스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크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한 시즌을 마칠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5선발 로테이션은 최근까지 대부분의 구단이 활용하고 있는 선발 운영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국내 야구 여건상 5명의 선발투수를 완벽하게 로테이션에 집어넣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족한 자원, 부상, 컨디션 저하 등 여러 변수의 존재로 마지막 5선발은 꾸준히 선발등판 기회를 잡기 어렵다. 존재만으로도 팀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5선발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장은상 기자가 묻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인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국내 프로야구는 대부분의 팀이 기본적으로 5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현대 야구에 가장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지금보다 경기수가 현격하게 적었습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4선발 로테이션으로 한 시즌 운영이 가능했죠. 그러나 경기수가 계속 증가되고, 그로 인해 선수들의 체력 부담도 커지면서 현재 5선발 로테이션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통 선발투수들은 5일의 휴식을 갖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죠. 그러나 최근에는 무조건 5일 휴식을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선수 개인 성향에 맞춘 휴식일 계산이 매우 중요하죠. 선수가 본인에게 맞는 휴식일을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하면 철저한 관리와 계산 하에 선발등판 일정이 조율되죠.

롯데 송승준. 스포츠동아DB
롯데 송승준. 스포츠동아DB

Q : 말씀 하신대로 최근 증가된 경기수로 인해 5선발 로테이션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이 5명의 선발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모습입니다.

A : 장기 레이스 속에서는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부상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하죠. 5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건강하게 한 시즌을 뛰기는 쉽지 않아요. 5인 로테이션조차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는 팀이 허다하죠. 일반적으로 외국인투수들이 1·2선발을 맡는다고 가정하면 토종 선발들이 3·4선발까지는 로테이션을 채울 수 있습니다. 관건은 마지막 5선발이죠. 스프링캠프 때 5선발후보로 고른 4~5명의 투수들 중 가장 좋은 자원을 골라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켜야 합니다.

Q : 일반적으로 5선발은 선발진 중 가장 약한 카드라 볼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보직이라 볼 수 있습니다. 5선발의 중요성은 얼마나 될까요?

A : 확실한 5선발 자원이 팀에 분명히 있다면 그것보다 팀의 한 시즌 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시즌에는 변수가 너무나 많아요. 4선발까지 자리를 지키는 투수들이 휴식일과 부상에 따라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죠. 5선발은 이런 투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잦은 로테이션 이동을 해야 합니다. 상대까지 계산해 로테이션을 짜다 보면 때로는 3선발 혹은 6선발로도 순서가 밀립니다. 여기가 포인트죠.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치밀하게 5선발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상대팀과의 궁합, 다음 일정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해요. 자칫 5선발 운영이 삐끗하면 순식간에 몇 경기가 날아갑니다. 로테이션 운영 자체가 꼬여버리니까요. 철저한 관리와 계산은 한 시즌 성적을 판가름 할 수 있는 중요한 키(Key)죠.

KIA 정용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정용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Q : 감독님이 기억하시기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5선발 자원은 누가 있을까요?

A : 글쎄요(웃음). 누구를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네요. 워낙 좋은 투수들이 많았으니까요. 다만 선발 로테이션을 큰 문제없이 운영했던 시즌은 분명 제 기억에 있죠.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 하겠습니다. 2009년 당시 KIA 감독으로 재직할 때 6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선발진 대부분이 크게 무너지지 않고, 가을까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줬죠. 당시 우승에 가장 결정적인 발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 여건만 된다면 신인급 선수들이 5선발로 경험을 쌓는 것도 팀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A : 물론이죠. 단 ‘여건’만 된다면 말이죠. 프로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젊은 친구들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일단 팀의 성적이 가장 우선시 되는 게 현실이에요. 당장 10승을 거둘 수 있는 투수 후보들이 있는데, 무조건적으로 신인선수를 1군 선발투수로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앞서 말한 ‘10승을 거둘 수 있는 투수’ 후보군에 신인선수가 들어갈 수 도 있죠. 능력과 나이는 정비례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신인선수가 5선발을 맡을 수만 있다면 그 팀은 정말 큰 힘을 얻는 거죠.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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