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강도’ 새 대북제재법, 실직적 효력은 의문? 구체적 내용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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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서명한 북한과 러시아, 이란을 한꺼번에 제재하는 통합제재법에 서명했다. 이번 제재안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과거 대북제재와 달리 과연 북한에 실질적 압박을 미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없이는 이번 제재도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통합제재법에서 북한 제재안은 3항에 배치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판매 금지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북한과의 온라인 상품 거래 금지 △북한 도박 사이트 차단 △북한 선박이나 유엔제재를 거부하는 국가 선박의 미국 영해 운항금지 등이 담겨 있다. 또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대표자와 외환결제 계좌를 유지하고 있는 모든 은행들은 미국 금융기관들과 거래하지 못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자산동결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북한 교역과 금융거래의 90% 이상이 중국 은행과 회사, 개인들과의 거래인 것만큼 이번 조치가 실행될 경우 중국 회사들이 세컨더리 보이콧의 핵심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대북 압박에 있어 사상 초강도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원유나 석유를 수입하지 못하면 경제가 고사될 수밖에 없으며, 10만 명 이상의 해외 노동자를 운용하지 못하면 외화 소득에 막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의 해외 결제 시스템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가 어느 정도 먹힐 지는 미지수이다.

일단 북한은 군수용 원유의 대다수를 중국에서, 민생용 원유의 대다수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어떤 압력에도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미국의 압력을 거부하고 있다. 원유 공급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중국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전면 경제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이를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

러시아에서 수출되는 석유는 싱가포르 등 해외 차명 업체를 경유하기 때문에 파악이 어렵다. 또 러시아 역시 이번 제재에 통합제재법의 대상이 돼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미국에 협조할 가능성도 낮다.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조항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북한 해외 노동자의 절대 다수는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는데 이들의 고용실태는 파악하기 어렵다. 또 파악했다고 해도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업체는 대다수 영세업체여서 미국과의 교역중단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조항이 발효되는 경우 개성공단을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은 사실상 실행되기 어렵다.

북한과의 온라인 상품 거래 금지나 북한 도박 사이트 차단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북한은 해외에서 구매하는 상품 대다수를 직거래가 아닌 중국에 위장업체를 만들어 구입하고 있어 파악이 불가능하다. 도박 사이트는 지금도 차단대상일 뿐만 아니라 적발돼도 북한이 운용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북한 선박의 미국 영해 운항 금지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북한 국적의 선박이 미국 영해에 들어가는 일은 지금도 없다.

금융제재 역시 사정은 비슷한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우려되는 대형은행은 이미 북한과의 거래가 없다. 또 지방 소규모 은행이 북한과 거래한다는 사실 자체를 파악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이번 통합제재법안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자발적 참여가 없는 한 북한을 압박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없으며 유엔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 수십 년 동안 제재 속에서 살고 있는 북한의 적응력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제재를 하던지 북한은 이에 적응해 왔고,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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