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잘 다룰것” 말만… 북핵 풀 글로벌 컨트롤타워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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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2차 도발 이후]중심 못잡는 美 외교안보 전략

북한이 7월 한 달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연달아 발사하면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해결해야 할 글로벌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해결의 핵심인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은 국내 정치에 휘말려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백악관 관료회의에서 “북한 문제를 잘 다룰 것이다. 우리는 북한을 잘 다룰 능력이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지난달 3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는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해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관련 핵심 인사들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북핵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합리적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경질설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북핵이나 중국 러시아 문제 등 안보 관련 핵심 이슈에서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환멸을 느끼며 그의 기용을 후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틸러슨 장관이 자율성과 독립성, 국무부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는 데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현 각료 모든 구성원을 100% 신뢰한다”고 밝혔지만 그의 거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대북정책과 관련한 국무부 내 핵심 보직도 공석으로 방치되고 있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는 일단 미국과 보조를 맞춘다는 기조를 정했지만 불확실한 백악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북한 대응을 보면 강경한 목소리는 내지만 디테일하면서도 장기적인 대북 접근법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권력 투쟁과 탄핵 위기 등 내부 정치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돌발적인 결정을 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경질설이 제기되는 맥매스터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같은 인사들은 모두 김정은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를 주장하는 강경파다. 강경론자들이 안보 컨트롤타워가 될 경우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대북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이세형·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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