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지도자들의 여름휴가 스타일 들여다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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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하던대로
佛 대통령들 남부 전용 휴양지로… 일반인 접근 어려워 경호에 이점
쉬는 것도 업무
올랑드, 고속철 이용 시민들 접촉… 마크롱, 휴가 대신 EU 통합 행보
휴가는 노터치
메이, 악재 속에도 伊-스위스 여행… 총선 앞둔 메르켈, 伊산악서 망중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북부 산악 휴양지 남티롤에서 남편 요아힘 자우어 씨와 리프트를 타고 휴가를 
즐기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해 같은 장소를 찾은 메르켈 부부의 모자, 옷, 신발, 심지어 양말까지 똑같은 게 눈에 띈다. 사진
 출처 빌트 홈페이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북부 산악 휴양지 남티롤에서 남편 요아힘 자우어 씨와 리프트를 타고 휴가를 즐기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해 같은 장소를 찾은 메르켈 부부의 모자, 옷, 신발, 심지어 양말까지 똑같은 게 눈에 띈다. 사진 출처 빌트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이 달콤한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대통령이 웬 휴가냐”는 야당의 비판을 의식한 듯 지휘권 행사가 용이한 경남 창원시 군부대 휴양지로 향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업무도 병행할 수 있는 절충점을 택한 것이다. 여름마다 휴가를 가는 전 세계 대통령들도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은 마찬가지다. 대통령들의 휴가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봤다.

① 남 하는 대로

가장 무난한 건 전직 대통령이 했던 대로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찾았던 군 휴양소를 찾은 것처럼 프랑스 대통령들은 남부 해안가에 마련된 중세 시대 요새로 쓰였던 ‘포르 드 브장송’ 대통령 휴양지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조르주 퐁피두, 자크 시라크,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모두 취임 첫해 이곳을 찾았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워 대통령 경호가 편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② 휴가도 정치

대통령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인 만큼 휴가조차 자신의 정치적 홍보를 위해 쓰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대통령의 휴가에는 늘 파파라치가 따라다닌다. 1974년 당시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은 당선 첫해 아예 사진기자를 대동하고 휴가를 갔다. 탄탄한 몸매에 과감하게 수영복을 입고 나타난 그는 48세의 젊은 나이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과시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대통령 전용기 대신 고속열차를 타고 시민들과 함께 내려가며 소탈한 모습을 연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별도의 휴가를 가는 대신 유럽을 돌며 유럽연합(EU) 통합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스코틀랜드 지역구 자택에서 휴가를 보낸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처럼 내각제 영국 총리들은 휴가 기간에 꼭 지역구를 방문한다.

③ 휴가는 노터치

유럽 국민들은 대통령의 휴가에 너그러운 편이다. 메르켈 총리는 여름과 겨울 2∼3주씩 꼬박꼬박 휴가를 간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아직 생각하기 힘든 해외여행도 자연스럽다. 메이 총리는 총선 실패와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에도 지난주부터 3주간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여행 중이다. 남편과 즐겨 하던 알프스 등반을 하기 위해서다. 메르켈 총리도 총선이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남편 요아힘 자우어 씨와 함께 이탈리아 북부 산악 휴양지 남티롤산에서 쉬고 있다. 올해로 9년 연속 같은 장소다. 해발 1900m 4성급 호텔에 묵으면서 산책하고 조용하게 맥주를 마신다. 그러나 “휴가는 사생활”이라는 인식이 지나치면 2주 동안 저택 임차비로만 5700만 원을 쓰며 미국 여행을 떠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호화 여행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휴가 도중 어느 정도 일이 터져야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고 돌아와야 하는지 역시 전 세계 대통령의 공통된 고민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명이 사망한 뮌헨 테러 때는 휴가를 취소하고 복귀했지만 28일 1명이 사망한 함부르크 흉기 테러 때는 복귀하지 않고 성명만 발표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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