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남녀 임금차별 논쟁 시끌… 여성들 “파업 불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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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차이 공개’ 법 시행후 촉발… BBC-FT 노조, 使측에 시정 요구
여성혐오자들 “격차 당연” 반격도… 美-스위스는 공개법 시행 싸고 진통

“남녀 임금 차별을 해결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노동조합 집행부가 최근 사측에 이 같은 서한을 보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노조는 “임원들은 임금 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임원들의 임금이 투명하게 정해지지 않으니 회사에 자부심을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워낙 민감해 쉬쉬했던 남녀 임금 차별 불만이 파업을 촉발할 수준까지 커져 버린 것이다.

앞서 영국 BBC에서는 임금 차별에 뿔난 여성 직원들이 들고일어났다. 여성 방송인 40여 명은 지난달 23일 사측에 공개서한을 보내 임금 차별을 없애라고 촉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같은 달 19일 톱스타 방송인의 보수를 밝히라는 정부의 요구에 공개된 BBC의 고소득 방송인 보고서였다. 창사 이래 처음 공개된 이 자료에 따르면 BBC에서 15만 파운드(약 2억2200만 원) 이상을 받는 방송인 96명 중 여성은 전체의 3분의 1인 34명에 불과했다.

영국 전역이 들썩이자 여성 혐오 세력이 막말을 쏟아냈다. 더타임스 일요판 더선데이타임스 칼럼니스트 케빈 마이어스 씨는 “남자가 더 열심히 일하고 덜 아프고 임신을 하지 않으니 많은 수입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바로 회사에서 쫓겨났다.

오래 묵은 남녀 임금 차별 문제가 왜 이제야 터진 것일까. 영국 정부가 내년 4월까지 25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에 남녀 임금 차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임금 격차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며 속으로 곪았던 임금 차별 불만이 터져 버린 것이다.

다른 선진국도 비슷한 법을 속속 도입하며 논쟁이 뜨겁다. 누가 더 받고 덜 받느냐의 문제에 성별 갈등이 겹쳐 여론은 민감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야심 차게 100명 이상 고용 기업에 임금 자료를 공개하라고 선언했지만 벌써부터 힘이 빠져 버렸다. 노동부 요구를 무시한 구글을 제소했더니 정작 법원은 “직원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며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스위스 연방정부도 지난달 초 50인 이상을 채용한 기업의 임금 실태를 4년마다 감사하고 내용을 노조와 주주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파 단체와 기업들은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하고 여성 단체도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냉소를 보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임금#차별#영국#파업#여성#여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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