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소리 지르고 술래잡기도 하고… 여기가 미술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11시 47분


코멘트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어떤 공간일까? 감흥 없이 그림만 보는 지루한 공간, 절대 뛰어서는 안 되고 큰 소리도 낼 수 없는 엄숙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미술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예술의 세계로 가는 통로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통념을 깬 미술관의 경쾌한 시도가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방문한 어린이들이 사선테이프로 만든 설치작품 ‘X’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놀고 있었다. 소리를 질러도 재제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린이들은 자유로운 신체활동을 하면서 수백 개의 ‘X’패턴이 만든 무한대의 공간을 경험한다. ‘모션픽처2’에서는 관람객들이 원통을 돌리면 통 안의 정지 이미지가 움직여 동영상을 만들어낸다.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사진과 영화의 원리를 체득하게 된다. 미술관측은 “획일화된 사고와 편견을 깰 수 있는 ‘율동’의 원리를 미술관에서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노파밀리아’에서는 어린이들이 꼬마기관차도 타고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피노파밀리아는 피노키오와 그의 여자친구 피노키아의 동화 속 이야기를 실제 건물과 야외 조형물로 구현한 테마미술관이다. 파도에서 영감을 얻어 둥글게 디자인한 ‘피노갤러리’, 큰 고래 형상의 ‘키아개럴리’, 피노키오 로봇 형태로 디자인한 ‘키오갤러리’등 세 건물이 정원을 감싸고 있다. 11m나 되는 피노키오 동상은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신기한 모양을 건물을 구경하며 뛰어놀다가 실내로 들어가면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건물 옥상 난간에 걸터앉은 대형 코끼리 풍선이 관람객들을 맞는 ‘헬로우뮤지움’. 전시된 그림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걸려 있고 바닥에 주저앉아 편안하게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훼손하지만 않으면 가까이 다가가서 작품을 만져보아도 괜찮다. 아기자기한 코끼리 캐릭터와 여행가방, 넥타이, 빨래 등 일상적 사물로 만든 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작가의 시선으로 예술 여행을 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예술과의 소통 수단으로 ‘놀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피노파밀리아, 헬로우뮤지움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예술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고 상상력은 놀이를 통해 실현된다. 한갓 몽상조차도 첨단 기술을 만나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놀이가 곧 미래 사회의 경쟁력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술관의 변신이 반갑다.
동아일보 사진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동네드로잉-상상의 정원’이 설치된 옥상에서 밀집모자를 눌러쓴 어린이들이 작품에 색을 입히고 덧 그림을 그려 새로운 동네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헬로우뮤지움>

‘동네드로잉-상상의 정원’이 설치된 옥상에서 밀집모자를 눌러쓴 어린이들이 작품에 색을 입히고 덧 그림을 그려 새로운 동네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헬로우뮤지움>

하이힐을 신은 거대한 코끼리 조형물 작품 ‘엄마의 외출’에서 숨바꼭질하며 뛰어노는 아이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엄마의 사랑과 고충을 표현했다. 현대 여성의 고단한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헬로우뮤지움>

하이힐을 신은 거대한 코끼리 조형물 작품 ‘엄마의 외출’에서 숨바꼭질하며 뛰어노는 아이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엄마의 사랑과 고충을 표현했다. 현대 여성의 고단한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헬로우뮤지움>

미술관 바닥에 둘러 앉아 ‘잠들지 못하는 선인장’을 감상하고 있다. <헬로우뮤지움>.

미술관 바닥에 둘러 앉아 ‘잠들지 못하는 선인장’을 감상하고 있다. <헬로우뮤지움>.

작가가 분신과도 같은 코끼리. 작가는 국내를 비롯해 프랑스, 영국, 덴마크, 미국 등에 사는 시민들에게 코끼를 인형을 분양했고 그들이 인형과 함께한 찍은 일상의 사진들을 다시 모아 전시했다. <헬로우뮤지움>

작가가 분신과도 같은 코끼리. 작가는 국내를 비롯해 프랑스, 영국, 덴마크, 미국 등에 사는 시민들에게 코끼를 인형을 분양했고 그들이 인형과 함께한 찍은 일상의 사진들을 다시 모아 전시했다. <헬로우뮤지움>

수 많은 넥타이를 연결해 만든 ‘실크로드’, 남성들은 넥타이를 메는 순간 격식과 매너에 얽매이게 된다. 넥타이를 풀어 헤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억압에서 자유를 얻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헬로우뮤지움>

수 많은 넥타이를 연결해 만든 ‘실크로드’, 남성들은 넥타이를 메는 순간 격식과 매너에 얽매이게 된다. 넥타이를 풀어 헤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억압에서 자유를 얻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헬로우뮤지움>

현대미술작가 이정윤과 함께하는 ‘동네미술관 한 바퀴’ 전시. ‘동네드로잉-상상의 정원’이 설치된 옥상에서 밀집모자를 눌러쓴 어린이들이 작품에 색을 입히고 덧 그림을 그려 새로운 동네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헬로우뮤지움>

현대미술작가 이정윤과 함께하는 ‘동네미술관 한 바퀴’ 전시. ‘동네드로잉-상상의 정원’이 설치된 옥상에서 밀집모자를 눌러쓴 어린이들이 작품에 색을 입히고 덧 그림을 그려 새로운 동네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헬로우뮤지움>

피노키오와 그의 여자 친구 ‘피노키아’가 등장하는 테마 미술관 <피노파밀리아>

피노키오와 그의 여자 친구 ‘피노키아’가 등장하는 테마 미술관 <피노파밀리아>

마리오네트 인형 공연을 보며 즐거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피노파밀리아>

마리오네트 인형 공연을 보며 즐거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피노파밀리아>

마리오 네트 인형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피노파밀리아>

마리오 네트 인형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피노파밀리아>

)‘케이블타이’로 목걸이, 브러치, 팔지 등 창작품 만들기 체험<피노파밀리아>

)‘케이블타이’로 목걸이, 브러치, 팔지 등 창작품 만들기 체험<피노파밀리아>

)‘케이블타이’로 목걸이, 브러치, 팔지 등 창작품 만들기 체험<피노파밀리아>

)‘케이블타이’로 목걸이, 브러치, 팔지 등 창작품 만들기 체험<피노파밀리아>

어린이들이 박기원 작가의 작품‘X’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놀고 있다. 사선테이프로 만든 ‘X’ 패턴이 일상의 공간에서 무한대로 확대되어 착시효과와 율동감을 전달한다.  어린이들의 시각과 인식을 확장시키는 작품이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어린이들이 박기원 작가의 작품‘X’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놀고 있다. 사선테이프로 만든 ‘X’ 패턴이 일상의 공간에서 무한대로 확대되어 착시효과와 율동감을 전달한다. 어린이들의 시각과 인식을 확장시키는 작품이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이재이의 ‘모션픽처1’ 원통을 돌리면 연속 동작을 하고 있는 정지 이미지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바뀐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이재이의 ‘모션픽처1’ 원통을 돌리면 연속 동작을 하고 있는 정지 이미지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바뀐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반원형 계단에 등고선을 닮은 나무판을 쌓아 만든 이재이의 ‘작은 산’은 물결처럼 반복되는 곡선으로 시각적 율동감을 전달한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반원형 계단에 등고선을 닮은 나무판을 쌓아 만든 이재이의 ‘작은 산’은 물결처럼 반복되는 곡선으로 시각적 율동감을 전달한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이재이의 작품 ‘음표들’과 ‘모션픽처1’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이재이의 작품 ‘음표들’과 ‘모션픽처1’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