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지난 채권 26조 연내 소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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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214만명 금융거래 재개 가능
금융위, 소멸채권 거래방지법 추진… “도덕적 해이-형평성 논란” 우려도

정부가 소멸시효가 지나 빚을 갚을 의무가 사라진 연체 채권 26조 원어치를 연내 소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14만 명의 채무자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금융기관 연체 기록도 사라진다. 정부가 주도해 금융권의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한꺼번에 소각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빠듯한 살림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과 도덕적 해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31일 발표한 이 방안의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Q. 소멸시효 완성 채권이 뭔가.

A. 시간이 너무 지나 법적으로 빚 갚을 의무가 사라진 채권을 뜻한다. 상법상 채권 소멸시효는 빚 연체가 시작된 이후 5년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관행적으로 법원에 소송을 걸어 시효를 10년씩 연장해왔다. 따라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통상 연체가 시작된 지 15∼25년 지난 채권으로 보면 된다.

Q. 소각 대상 채권 규모는….

A.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5조6000억 원(73만1000명)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16조1000억 원(50만 명) △은행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4조 원(91만2000명) 등 총 25조7000억 원(214만3000명)이다. 소멸시효가 지났거나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 면책받은 채권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과 공공기관 채권은 이달 말까지, 민간 채권은 연내 소각을 유도할 계획이다. 대부업체 채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Q. 어차피 빚 갚을 의무가 없는데 왜 소각해주나.

A. 소멸시효가 지났는데도 추심에 시달리거나 연체 기록이 남아 정상적인 금융생활을 할 수 없는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일부 대부업체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싼값에 매입한 뒤 법원에 지급 명령을 신청해 채무자에게 빚 상환을 요구하는 식으로 영업해 연체자들은 빚 독촉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금융권에 연체 이력이 남아 있어 금융거래를 거부당하는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Q. 앞으로도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은 소각해주나.

A. 그렇다. 금융공공기관은 소각을 위한 절차 등을 내규로 만들어 제도화할 계획이다. 민간 금융회사들은 각 협회 주도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또 금융위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에 대해 매각과 추심을 금지하는 내용을 법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Q. 그러면 계속 빚을 안 갚고 오래 버티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A. 물론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결국 돈을 갚지 못했는데도 빚이 탕감되고 연체 기록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할 채무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빚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15년 이상 추심을 견뎌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빈곤층이 주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채권#소각#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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