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콕 집은 놀라움… ‘중국의 피카소’ 서울서 노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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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수교 25주년-서거 60주년 기념, 中 대표 인민예술가 치바이스展… 예술의전당서 10월 8일까지 열려
‘매란국죽’ 대신 배추 호박 쥐 그려… 소재-기법 혁신 중국화 지평 넓혀
136점 보험가액 1500억원

새우(왼쪽)와 산수(오른쪽)를 그린 치바이스의 작품.
새우(왼쪽)와 산수(오른쪽)를 그린 치바이스의 작품.
새우 여덟 마리가 물에서 노닐듯 몸을 웅크리거나 비튼다. 가로 34cm, 세로 99cm 종이에 투명한 먹색의 몸체들이 뒤엉켜 있다. 수염과 다리는 한 획에 그어 내리고, 꼬리의 붓칠이 미처 마르기 전에 새까만 눈을 찍어 마무리했다. 중국 후난성박물관이 소장한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의 1948년 작품 ‘새우’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중국 예술가 치바이스는 “한평생 평범한 중국인의 마음을 그림으로 그리고 시로 썼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중국 예술가 치바이스는 “한평생 평범한 중국인의 마음을 그림으로 그리고 시로 썼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중국 근현대 대표 인민예술가인 치바이스의 전시가 ‘치바이스-목장(木匠)에서 거장(巨匠)까지’라는 이름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후난성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작 50점, 치바이스기념관이 소장한 생애 유물 83점을 포함해 총 136점이 전시된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치바이스 회고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 보험가만 1500억 원. 치바이스 서거 60주년이 되는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서울 예술의전당과 주한 중국대사관, 중국문화원 등 양국 기관들이 뜻을 모아 주최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양국의 문화 예술 교류를 촉진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자리”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시골 목수, 농민 화가를 거쳐 인민예술가 반열에 올라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치바이스는 ‘중국의 피카소’로 불린다. 서양 문물 유입과 일본 제국주의 침략 등 격변기를 보낸 그는 93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중국화 전통 안에서 소재와 기법 등을 혁신했다.

그는 봉건사회의 문인 정신을 나타내는 매란국죽(梅蘭菊竹)에서 벗어나 배추, 호박, 쥐, 물소, 풀벌레 등 일상생활의 소재를 화폭에 옮겼다. 농민화에서나 볼 수 있던 정겨운 사물들을 격상시키고 문인화의 지평을 넓혔다. ‘신(新)문인화’라 불리는 그의 그림은 현대적 어법으로 전통을 혁신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바이스가 만든 청전석 소재의 도장을 흰 글자로 찍은 것. 중국 후난성박물관 제공
치바이스가 만든 청전석 소재의 도장을 흰 글자로 찍은 것. 중국 후난성박물관 제공
그림뿐 아니라 시, 서예, 전각에도 두루 능해 이들 예술 영역의 영향을 받은 듯한 표현이 나타나 있다. 그의 그림엔 단숨에 죽죽 그어 내리는 직필이나 ‘치바이스 컬러’라 불리는 강렬한 원색이 사용된다. 이후 이러한 그의 예술 세계와 표현 방법은 그의 뜻을 이어받은 전각가 모임 ‘치파(齊派)’ 등 후대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가 얼어붙은 한중 관계에 해빙 신호탄이 될지 미술계는 주목하고 있다. 5월 기자간담회 이후 일각에선 한중 관계 악화로 전시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31일 예술의전당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는 “걱정한 것처럼 작품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다”며 “사드 문제로 정치 상황이 악화될수록 문화예술의 힘이 빛을 발한다. 필묵공동체의 마음으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바이스는 1956년 세계평화평의회에서 국제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낡은 봉건주의 관습에 얽매이거나 시세에 영합하지 않고, 당대 정치인이나 관리들을 경계하고 비판했던 삶의 태도가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10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엔 한중 현대 예술가들의 오마주 작품 40여 점도 함께 전시된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중국의 피카소#치바이스#치바이스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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