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구 많을수록 골다공증 위험 높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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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연구팀 女노인 1846명 분석

친구가 없는 사람보다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골다공증(뼈엉성증)에 더 잘 걸릴 수 있다는 이례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면 운동량도 많아 뼈 건강이 좋을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스트레스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교류 인원은 4명까지가 적절하다는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은 서울, 경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여성 1846명을 대상으로 ‘좋은 일 또는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교류 인원)이 최근 1년간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이를 바탕으로 소셜네트워크 인원(교류하는 사람의 수)과 골밀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31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류 인원이 1명일 때는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평균 47.8%였다. 이어 4명일 때는 최저점인 36%까지 떨어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교류 인원이 5명으로 더 늘어나자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42.1%로 다시 올랐다는 점이다. 6명일 때는 그 확률이 55.2%까지 치솟았다. 교류 인원이 1명일 때보다 6명일 때 골다공증 위험이 더 컸던 것.

염 교수는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활발하면 그만큼 활동력도 증가해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예측을 뒤엎는 결과”라며 “친구가 많으면 장점도 있지만 친밀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에는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친밀도 조사를 병행했다. 그러자 교류 인원이 6명이라도 친밀도가 낮은 경우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은 최대 80%까지 올라갔다. 반면 같은 인원과 교류해도 친밀도가 높으면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30∼45%로 낮았다.

염 교수는 “친밀도가 낮은 상태에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본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친밀도가 높지 않은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얘기하려 할 때 심적 부담을 갖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사회적인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장 부위에 있는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뼈를 만드는 세포의 기능을 막아 뼈 건강을 악화시킨다”며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숫자보다는 만나면 좋고 행복한 관계가 많을수록 노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과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골다공증#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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