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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세상의 흐름을 붙잡아둔, 이미지의 진수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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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세상의 흐름을 붙잡아둔, 이미지의 진수성찬

손택균 기자 입력 2017-07-29 03:00수정 2017-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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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 포토그래피: 1960-NOW/쿠엔틴 바작 외 7인 엮음/이민재 옮김/368쪽·5만 원·알에이치코리아
영국 작가 마틴 파(67)가 200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한 ‘작은 세계’ 연작 중 일부. 모마에는 2014년 소장됐다. 쿠엔틴 바작 모마 수석 큐레이터는 “1990년대 정치 경제의 격변을 거치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이 예술계에 더 폭넓게 받아들여졌다”고 썼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눈 호강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회화나 조각 등 미술작품과 사진작품의 차이 중 하나는 작품집을 미리 살펴봐도 원본을 마주한 감흥에 별 영향이 없다는 사실일 거다. 인쇄와 제본 품질이 나쁘지 않다면 편안히 앉아 두툼한 작품집 속지를 느릿느릿 넘기는 시간은 전시실에 서서 인쇄된 프린트를 마주한 시간과 다른 방식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 책을 엮은 8명 중 4명은 세계 현대미술의 대표적 집결지 중 한 곳인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의 사진부 큐레이터들이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대 사진학과 교수 등 미술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모마가 축적해 온 사진 컬렉션 3만여 점 가운데 1960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337점을 골라 묶었다.

글렌 라우리 모마 관장은 서문에서 “이 책은 사진의 역사를 세 권으로 정리해 나가는 도판 시리즈 작업의 첫 결과물이다. 이어질 두 번째 책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부터 1950년대까지를, 마지막 책은 사진이 발명된 19세기를 다룰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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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960년부터 시작했을까. 1923년 개관한 모마는 1930년 워커 에번스의 사진 23점을 처음으로 소장품에 포함시켰다. “사진에 대한 미학적 논의의 중심이자 카메라를 선택한 예술가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침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줄 장소”가 되기를 천명하며 미술관 새 건물에 사진부가 문을 연 건 1940년이었다. 이 책은 1962년 36세의 사진가 존 자르코프스키가 이 사진부의 수석큐레이터로 부임한 것을 세계사진계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 계기로 지목했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30년간 모마 사진부를 이끈 자르코프스키가 옹호한 사진은 모든 면에서 전임자와 전혀 다른 방향을 추구한 것들이었다. 그는 ‘교훈적’인 주제별 전시를 줄이고 사진가 개인의 작업 방식변화를 보여주거나 작가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는 전시에 중점을 뒀다. 회화를 전시하듯 미술관의 널찍한 흰 벽에 넉넉한 여백을 두고 사진을 전시하기 시작한 것도 그다.”

소통의 매체가 아닌 예술의 한 형식으로서 사진의 역할과 정체성을 강조한 자르코프스키의 영향은 지금까지 이어오는 사진 전시 형식의 뼈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큐레이터 세라 허먼슨 마이스터는 자신의 글에 1966년 열린 한 사진전 카탈로그에서 발췌한 문장을 옮겨 적었다.

“사람들과 그 주변에 사진가들이 다가선 것은, 단지 인간이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지 드러내고자 한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처한 조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내려는 시도였다.”

미국 사회의 정경을 담은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유럽과 아시아 작가를 아우르려 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보도사진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에서 눈앞에 마주한 세상의 흐름을 이미지로 붙잡아 보려 한 쟁쟁한 사진가들의 작업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한번에 스윽 넘겨버리기 아까워 한 장 한 장 속도를 늦추며 뜯어보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분명 점심을 굶었는데 허기가 없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모마 포토그래피#쿠엔틴 바작#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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