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분 절반, 나랏돈 풀어 직접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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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정부, 소상공인-영세中企 대책
年매출 5억까지 카드 수수료율 인하… 경비원 등 60세이상 고용연장 땐 지원금 18만→ 30만원 단계 상향

15일 늦은 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정해진 뒤 바로 다음 날인 16일 오후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대책’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나랏돈으로 직접 지원해 준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 대책은 근로자 등의 소득을 높여 이들의 지출로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J(제이)노믹스’(문재인 대통령 경제정책)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해보는 것이다. 잘 준비해 보겠다”고 말했다. 작정하고 나랏돈을 풀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일은 유례가 없는 방식이어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재정으로 임금 인상분 보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폭 확정과 동시에 영세사업자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자영업자의 가처분 소득은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3년(5.7%)과 비교하면 5.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상황에 처하자 정부는 유례없는 직접 지원책을 내놨다.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선진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뒤 고용주에 대한 일부 세금 환급을 해준 적은 있지만, 현 정부처럼 직접 돈을 쥐여주는 정책을 편 사례는 찾기 어렵다.

정부는 사업자에게 지난해 수준의 인상분만 부담하게 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직접 떠안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 중 근로자 30인 미만인 사업장에 최저임금 중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인 16.4% 가운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을 뺀 나머지를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최저임금(6470원)이 지난해 수준대로 7.4% 올랐다면 6945원이었는데 그보다 큰 폭으로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추가 인상액인 585원 상당을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3조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원 대상, 지원 금액, 전달 방식을 확정해 올 9월에 발표될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 영세사업자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추진

정부는 간접 지원 방식도 병행할 방침이다. 일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한 아파트 경비원 등 60세 이상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자에 대해 지원(고용연장지원금)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행 고용연장지원금은 1인당 3개월에 18만 원 수준이지만 2020년까지 지원금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30만 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매출액 2억 원 이하 사업장에만 적용해온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0.8%)을 3억 원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5억 원 이하 사업장에는 2.0% 안팎이던 우대 수수료율을 1.3%로 낮출 계획이다.

정부는 빈부격차 심화 등의 좀 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법 마련에도 나선다. 정부는 상가임대차, 가맹사업, 유통 분야에서 영세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 나가게끔 약자에게 유리하게 관련 제도를 손볼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연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현재 9%)을 인하하고,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영세사업자들에게 돈이 돌 수 있도록 온누리상품권 등 골목상권 전용화폐 사용을 확대한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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