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수다쟁이 작가들과 함께 걷는 박물관 투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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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박물관-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매기 퍼거슨 엮음·김한영 옮김/320쪽·1만4000원·도서출판 예경

오귀스트 로댕의 대리석 조각 ‘다나이드’(1889년경). 사진 출처 wikiart.org
오귀스트 로댕의 대리석 조각 ‘다나이드’(1889년경). 사진 출처 wikiart.org
“첫눈에 여자가 아주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왜 그리 땅딸막한지. 그 유명한 미소는 이 모든 사람이 자기를 보러 왜 그렇게 멀리에서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하는 듯했다.”

발칙하게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고이 모셔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대한 감상평이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앨리스 피어슨은 파리의 로댕미술관과 루브르박물관에서 느낀 감상평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문제가 있는 부부에게는 ‘입맞춤’ 같은 작품이 있는 로댕미술관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거나 “여자라면 누구나 대리석 조각상 ‘다나이드’의 희고 고운 어깨뼈를 탐낼 것”이라고 소개하는 식이다. 같이 여행간 친구와 박물관을 한 바퀴 돌며 조잘조잘 수다 떠는 기분까지 든다.

기존 박물관 소개 책들이 짧은 일정에 쫓겨 ‘엑기스’만 맛보게 도와주는 관광 가이드 같다면 이 책은 동네 토박이와 함께 박물관의 진짜 ‘민낯’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맨부커상과 T.S.엘리엇상 등 유수의 세계 문학상 수상자 24명이 ‘이코노미스트’의 자매지인 ‘인텔리전트 라이프’에 썼던 글을 모은 책인데, 이름난 작가들답게 참 맛깔나게도 글을 썼다.

누구나 아는 유럽 대형 박물관이 아닌, 덜 알려진 박물관들로 초점을 맞추는 것도 특징이다. 영국 환경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작가 로리 스튜어트는 굴곡진 역사 탓에 로켓포를 맞고 약탈당하는 수모를 겪은 아프가니스탄 국립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2011년 맨부커상 수상자인 줄리언 반스는 헬싱키에 있는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집으로 찾아가 그의 음악과 그가 쓰던 사과 깎는 기계 앞에서 명상에 잠긴다.

작가들은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작품 뒤에 숨겨진 예술가의 창작의 고통을 읽어내고, 그 과정을 통해 글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작가들이 소개하는 박물관 이야기를 읽으며 오히려 글을 쓴 작가들이 한결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인 것 같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끌리는 박물관#매기 퍼거슨#박물관 투어#오귀스트 로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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