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헌장 조례’ 전국 첫 공포…동성애 차별금지 조항은 삭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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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8일 자치권을 재확인하는 ‘서울특별시 자치헌장 조례’를 공포했다. 일부 자치구가 주민자치 기본조례를 제정한 적은 있지만 광역자치단체가 입법 조직 재정의 자치를 규정한 조례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다만 선언적인 성격이 짙어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다.

이날 공포된 자치헌장은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자치입법권의 의미를 강화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법률이라 할 수 있는 조례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법령의 범위 안에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제정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최소한 지방자치법의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이번 자치헌장 조례의 해당 규정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장기전’을 통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시는 이날 “자치헌장을 바탕으로 법령에 저촉되지 않도록 조례를 만들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례 내용이 상위법인 법률과 충돌해 중앙정부와 갈등이 생기면 대법원에 판단을 맡기는데 지금까지 지자체 손을 들어준 판례가 많다는 것. 결국 이 같은 판례를 계속 쌓아 가면 지방자치법 개정 여론이 커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박대우 서울시 정책기획관은 “지방자치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지방분권에 대한 사회적 어젠다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자치조직권과 관련해선 중앙정부가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을 결정할 때 인건비 같은 최소한의 분야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는 지자체 조직 및 그 구성원 수까지 정한다.

한편 자치헌장에 ‘차별금지’ 조항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당초 박원순 시장은 시민의 권리의 하나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넣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단체와 보수단체가 ‘동성애자의 권리까지 서울시가 보호해야 하느냐’며 비판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2015년에도 서울시 인권헌장의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보수단체와 종교단체의 반발에 부닥치자 인권헌장 채택을 무산시켰다.

노지현 기자isityou@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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