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일의 부활을 꿈꾼 청년 시절의 괴벨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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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강명순 옮김/264쪽·1만6000원·메리맥

“지배는 항상 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국민들은 용감한 자들의 공개적인 독재 치하에서 살 것인지 겁쟁이들의 위선적인 민주주의 치하에서 죽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만 갖고 있다.”

‘미하엘’은 나치 정권에서 선전선동을 담당했던 히틀러의 오른팔이자 ‘프로파간다의 달인’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쓴 반자전적 소설이다. 괴벨스는 본격적인 나치스 활동을 시작하기 전인 1923년 26세의 나이로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의 주인공 미하엘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암울한 독일 사회에서 부활을 꿈꾸는 청년의 모습을 그렸다.

“길을 잘못 들어 방황하고 실패하는 우리 민족 때문에 고통스럽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의 힘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았다. 조만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려 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이 되고 싶다.”

젊고 혈기에 찬 괴벨스는 하고 싶은 말을 소설 형식을 빌려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순수한 듯 포장된 주인공 미하엘의 입을 통해 유대인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훗날 잔혹한 반유대주의 정책에 대한 심리적 배경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는 듯해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다. 실제 괴벨스는 이 작품을 쓴 뒤 10년이 지나 히틀러의 선전장관에 임명됐고, 히틀러의 온갖 구상은 그를 거쳐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괴벨스는 히틀러가 자살한 바로 다음 날인 1945년 5월 1일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아내, 6명의 자녀와 동반 자살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미하엘의 일기를 읽다 보면 괴벨스 개인적으로나 세계 역사에서나 비극의 씨앗이 처음 싹트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쓰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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