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3주기 앞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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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게 부끄러워지는 4월이다. 3년 전 4월 16일 오전 10시 17분. 침몰한 세월호가 이승과 교신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한 학생이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에는 이런 메시지가 남아있다.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는 다른 방송이 안 나와요.” 어른들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다 죽어간 아이들을 떠올리면 이 땅의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부끄럽고 아픈 회한이 사무친다.

내일이면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꼭 3년이 된다. 세월호는 다행히 얼마 전 인양돼 전남 목포신항에 누워있다. 긴 세월을 기다려온 가족들에게 미수습자 9명의 유해를 찾아 돌려주는 것이 남아있는 최우선 과제다. 사고 당일 살아만 있어달라는 바람은 하루 뒤 시신이나마 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고 시신 인양이 중단된 뒤에는 유해라도 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허무하다면 허무할 그 바람이 채워지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월호 3주기, 이제 아픔을 딛고 일어설 때다. 세월호가 인양된 이상 천막이 있어야 한다면 그 자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이 아니라 목포신항이다. 그곳에 수습할 유해와 함께 선체의 ‘진실’이 인양돼 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해 무리한 증축, 화물 과적, 평형수 감축, 조타 과실 등 납득할 만한 원인이 제시됐지만 그 사실을 외면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정밀한 선체 조사가 진행되겠지만 육안만으로도 잠수함 충돌설, 암초 충돌설은 괴담으로 드러났다. 거짓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사람들이 선체 조사 과정에서 또 무슨 트집 잡기를 할지 모르겠으나 더 이상 세월호를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직후 관피아 등을 지목하며 ‘적폐 청산’을 외쳤다. 그러나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이 고위 관료 출신이었던 한국해운조합에서도, 세월호 부실 검사 의혹을 받았던 한국선급에서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적폐는 그렇게 쉽게 단죄되지 않는다. 그래서 적폐다. 그것을 몰랐기에 박 전 대통령은 오히려 적폐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탄핵당하고 그 자신이 청산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내일 오후 3시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3주기 추도식이 예정돼 있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3년간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가.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다고, 뇌물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 김영란법을 제정했다고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졌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적폐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더께 앉은 관행이란 이름의 구습(舊習)과 부패가 바로 적폐요, 이를 일소하는 것이 진정한 적폐 청산이다.

누구의 죽음이 안타깝지 않을까마는 못다 핀 꽃들의 스러짐은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3년 전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꼭 껴안고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했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새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3년 전 그날의 회한이 아직도 남아있는 동안 그 회한을 대한민국을 바꾸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세월호#세월호 3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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