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영상은 40만원 줄께” 모델지망생 속여 음란사진 가로챈 20대男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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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대학 신입생이던 이모 씨(23)는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모델 채용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는 모델을 꿈꾸며 신체 사진을 함께 올린 여성 지망생들의 프로필을 보며 ‘더 야한 사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씨는 인터넷의 모델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한 뒤 자신을 ‘여성 속옷 모델을 구하는 자산가’로 위장해 지망생들에게 접근했다. 모델 관련 대화를 주고받던 이 씨는 “사진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상대방으로부터 다양한 옷차림의 사진을 받았지만 점차 수위를 높여 속옷을 입은 사진과 알몸 사진까지 달라고 제안했다. 1장당 5만~20만 원, 알몸 영상은 40만 원까지 주겠다고 제안했다. 일거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지망생들은 절박한 마음에 이 씨의 제안에 솔깃했다. 이 씨는 1억 원대 모델료를 지급한 것처럼 계좌 거래내역과 모바일 메신저 내용까지 꾸며내 지망생들에게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까지 심어줬다.

하지만 실제로 이 씨는 빈털터리였다. 이 씨는 사진과 영상을 받자마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피해 여성들은 수치스러움 때문에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될까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최근 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씨의 사기행각은 결국 꼬리가 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해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씨가 3년여에 걸쳐 지망생 63명에게 받아낸 사진과 영상은 각각 4120장과 374개. 이 씨가 약속한 대금으로 따지면 약 11억 원 어치였지만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피해자 가운데는 중학생 등 미성년자도 34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 유포하거나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적 만족을 채우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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