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인공지능(AI) 비서는 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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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개봉한 SF영화 ‘패신저스’ 초반, 남자 주인공이 듣는 목소리는 딱 두 가지다. 우주여객선의 운영상황을 안내하는 여자 목소리와 바텐더 로봇의 남자 목소리. 목적지까지 120년간의 긴 수면여행 중 기기 오류로 90년을 일찍 깨어난 주인공은 여객선의 단조로운 여자 목소리는 물론 바텐더 로봇에게도 곧 싫증이 난다.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그는 한 여자 승객을 고의로 깨우는 만행(?)을 저지른다. 진정한 대화 상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진화하면서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아이폰의 시리(Sir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아마존의 알렉사(Alexa),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AI 비서들의 대화능력 향상은 눈이 부실 정도다. 이들 AI 비서는 모두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목소리를 기준으로 한 성별이다. 삼성전자가 29일(현지 시간) 처음으로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도 AI 비서 빅스비(Bixby)가 탑재됐다. 빅스비도 여자다.

▷여자 AI 비서는 사용자가 남자든 여자든 개인비서로는 젊은 여자를 단연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를 제조업체들이 수용한 결과다. 비서 업무가 전통적으로 여자의 일이라는 고정관념도 반영됐을 것이다. 젊은 여자 목소리는 알아듣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 남자 목소리로 나오는 AI 자비스(Jarvis)는 비서라기보다는 동료 연구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IBM의 왓슨(Watson)도 남자다.

▷“내 이름은 라제시인데 그냥 라지라고 불러줘.” “라지라고 불러드릴까요?” “섹시라고 부르면 더 좋지.” “지금부터 섹시라고 부르겠습니다.” 물리학도들이 주인공인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 시즌 5에서 인도 출신 라지와 시리 사이에 오간 대화다. 라지는 정작 여자 앞에서는 말도 못 꺼내는 숙맥이다. 이제 AI에게 사랑의 감정까지 품은 말을 건네는 세상이 됐다. 새로 선보인 빅스비가 부단한 학습과정을 통해 따뜻한 감정까지 전달해 주는 수준까지 발전하길 바란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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