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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직업이 뭔가요” “전직 대통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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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직업이 뭔가요” “전직 대통령입니다”

신광영기자 , 배석준기자 , 권오혁기자입력 2017-03-31 03:00수정 2017-03-31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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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영장심사]역대 최장 8시간40분 피의자 심문
크게보기법정 피의자석에 앉은 박근혜 前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엔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사 2명과 검찰 측 검사 6명이 참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왼쪽에 검사 4명이 앉아 판사에게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박 전 대통령 뒤쪽 방청석에 검사 2명이 앉아서 서류 검토 작업을 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호칭은 ‘피의자’였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와 서울중앙지검 한웅재 형사8부장(47·28기), 이원석 특수1부장(48·27기) 등 영장심사에 참여한 검사들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라고 불렀다. 앞서 9일 전 검찰 소환조사 당시 한 부장검사 등은 예우 차원에서 ‘대통령님’이라고 불렀지만 이날은 일반적인 영장심사 관행을 따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조사에서 간혹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흥분했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를 유지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강 판사에게 직접 소명하기 위해 변호인단 가운데 유영하 변호사(55·24기)와 채명성 변호사(39·36기) 2명만 법정에 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 뇌물 혐의 놓고 치열한 다툼


“피의자는 직업이 뭔가요?”(강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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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입니다.”(박 전 대통령)

오전 10시 반 영장심사가 시작되자 강 판사는 정면 피의자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에게 이름과 나이, 주소, 직업 등 인적사항을 물었고 박 전 대통령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박 전 대통령 왼편에는 한 부장과 이 부장 등 검사들이 앉았고, 오른편에는 유 변호사와 채 변호사가 자리했다. 먼저 한 부장이 박 전 대통령의 298억 원 뇌물수수 등 범죄 혐의 13가지를 비롯한 구속영장 청구 요지를 설명하며 “피의자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으며 사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등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 “대가성 있는 돈을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 변호사는 “검찰 조사와 영장심사에 충실히 응하고 있다”며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국가지도자를 구속까지 시키는 건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다툰 사안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298억 원을 받은 혐의였다. 13가지 혐의 가운데 이 뇌물 수수의 법정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으로 가장 무겁다.

유 변호사와 채 변호사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204억 원은 두 재단에 자발적으로 낸 출연금이라 뇌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 씨 등이 삼성에서 지원을 받는 등 사익을 챙겼다고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측에 두 재단 출연을 요구할 때 경영권 승계 청탁이 오간 정황이 있어서 ‘제3자 뇌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의 마지막 절차인 최후진술에서 차분하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 포토라인 그냥 지나친 朴

이날 영장심사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9일 전 검찰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섰을 때보다 더 굳어 있었다. 오전 10시 19분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에서 내려 청사 내 보안검색대를 지나 통제구역으로 들어갈 때까지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포토라인에 멈춰 서지도 않았다. 앞서 21일 검찰에 소환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설 땐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했지만 이날은 그마저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경호원 12명에게 둘러싸인 채 영장심사가 열리는 321호 법정으로 향하는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을 마중하거나 차를 대접하는 등의 예우를 하지 않았다.

이날 심문에 소요된 시간은 8시간 40분.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는 방식으로 영장심사 제도가 바뀐 1997년 이후 최장 피의자 심문 시간 기록이다. 지난달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영장심사 때의 7시간 반보다 1시간 10분이 더 걸렸다.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구속됐던 1995년 당시에는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법원은 서류 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12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수사 기록을 강 판사에게 제출했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서울중앙지법 정문을 통해 나온 박 전 대통령 측 두 변호사는 “영장심사를 잘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받았다”고 짧게 대답했다. 영장심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은 심사를 마친 뒤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돌아왔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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