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 어깨 다독여주는 ‘동네 친정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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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아동보건지소 엄마모임 호평
3명 이상 모임에 무료공간 제공… 아이 데리고 눈치 안보고 수다
육아노하우 공유 친자매처럼 의지

29일 서울 성북구 정릉아동보건지소에서 ‘우리 동네 친정언니’ 엄마모임을 하러 모인 강문주 강민영 정인애 이미진 씨(왼쪽부터)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9일 서울 성북구 정릉아동보건지소에서 ‘우리 동네 친정언니’ 엄마모임을 하러 모인 강문주 강민영 정인애 이미진 씨(왼쪽부터)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이 데리고 눈치 보지 않아도 돼서 아주 좋아요!”

29일 서울 성북구 정릉아동보건지소의 커뮤니티룸이 엄마 넷의 수다와 어린아이 넷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이곳의 ‘우리 동네 친정언니’ 엄마 모임을 신청해 만난 사람들이다. 자연광이 비치는 실내는 파스텔톤 벽지로 더욱 따뜻했다.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어 아기들은 맘 놓고 기어 다녔다.

이달 초 정릉아동보건지소에서 열린 베이비마사지 강좌를 듣다가 서로를 알게 된 강문주 (33), 이미진(31), 강민영(33), 정인애 씨(34)는 친정언니라는 독특한 이름의 프로그램을 접하고 솔깃했다. 만 6세 이하 아이를 둔 엄마 세 명 이상이 하루에 두세 시간씩 무료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청자 중 한 명을 리더 격인 친정언니로 정하고 인터넷 카페에서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 신청만 하면 된다.

정릉아동보건지소는 지난달 말 개소한 전국 최초의 임산부, 영유아 전용 보건지소다. 이미선 주임은 “아이를 키우는 저로서도 엄마들을 위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회의실로 쓰려던 방을 커뮤니티룸으로 개조했다”고 말했다. 친정언니라는 이름은 다문화가정을 위해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친정언니 맺어주기 행사’에서 따왔다. 마음 편하게 육아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조(自助)모임을 꾸려보자는 취지에서다.

아직 돌이 되지 않은 아이를 기르는 네 엄마는 서로 모이고 싶어도 장소가 마땅찮아 고민하던 차였다. 방송 모델로 일했던 이 씨는 “육아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엄마들과 공감대도 형성하고 싶지만 집 밖에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잠시 숨을 돌리며 도시락을 꺼내 먹거나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면서 간식을 먹일 곳은 찾기 쉽지 않았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도 아이가 시끄럽다고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5개월 된 아이를 비롯해 자녀 셋을 키우는 베테랑 주부 강문주 씨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문화센터도 가봤지만 비용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서로의 집을 방문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게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

친정언니 엄마 모임에서는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 무엇보다 엄마들끼리 만나 육아 노하우를 공유하고 친해져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온라인 육아 카페에서는 100% 해소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날도 분홍색 유아용 탁자 주변에서 아이를 앉히고 요구르트를 떠먹이면서도 대화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이 씨는 “오늘도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병원에 가야 하는지 걱정돼 바로 언니(강문주 씨)에게 물어봤더니 ‘토하거나 (몸이) 늘어지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해서 안심했다”며 웃었다. 잠시 후 모임의 이름을 정하려 머리를 맞대다가 “애들이 남자 둘 여자 둘이니까 ‘2남2녀’ 어때?”라는 제안이 나오자 “가족 같고 좋다” “우린 이제 묶였어. 못 헤어져”라며 깔깔댔다.

지난주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한 친정언니 엄마 모임은 지금까지 세 팀이 만들어졌다. 많지는 않지만 입소문이 슬슬 퍼지며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동네 엄마들끼리 공동 육아를 하는 한 팀은 아예 다음 달부터 매주 월요일을 고정 예약했다.

정릉아동보건지소는 자발적 지역 육아네트워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친정언니 프로그램이 정착되는 대로 이들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별도 모임을 검토하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육아#정릉아동보건지소#엄마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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