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내부 소통 잘하는 기업이 ‘對정부 활동’도 뛰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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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정치 활동이란 회사가 경영활동에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위를 뜻한다. 기업이 이 같은 행위를 통해 정책적 리스크를 줄이면 경영 성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학계에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대관 업무 담당자(Government affair manager)를 두고 정부를 대상으로 홍보, 로비, 네트워킹 등을 하면서 기업의 입장을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기업의 정치역량 강화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유럽연합(EU)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의 정치활동에 초점을 뒀다. 연구진은 EU 내에서 지위, 기술 수준, 규모 등이 거의 유사한 일본의 도요타와 한국의 현대차가 각각 어떻게 대관 업무 담당자를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심층 사례 연구를 통해 밝혔다.

연구 결과 기업의 정치역량은 대관 담당자들이 보유한 정부와의 소통 역량, 네트워크 역량과도 관계가 있지만 본인이 속한 기업 내부와의 긴밀한 소통과 조직 구성 특성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도요타의 경우, EU의 환경정책과 관련해 정부 담당 관리자들이 연구개발(R&D) 부서, 엔지니어 등 내부 부서와의 수평적 소통을 바탕으로 대관 활동을 매우 원활히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보안 등의 요인으로 대관업무 관계자들이 회사 내부 조직에 접촉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본사의 지침과 간섭을 따라야 하는 구조였기에 제대로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부를 상대로 한 회사의 제도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도요타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대관 활동은 은밀한 정경유착 방식이 아니라 전략에 따라 계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선행조건이 기업과 조직 내 각 부서, 대관 담당자 등이 하나가 돼 회사의 비전을 명확히 세우고 공유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내부 소통#기업#대정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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