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좌우하는 경마의 작전, 어떻게 짜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31일 05시 45분


경주거리·출전마의 습성 등 요인 분석 뒤
위치선정·페이스 조절·추진시기 등 구상


경주는 말이 승패의 주요변수지만 기수와 말의 교감은 더 중요하다. 기수가 펼치는 작전은 경마를 스포츠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말과 기수가 함께하는 치열한 머리싸움의 세계를 이해하면 경마가 훨씬 흥미로워진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승패를 좌우하는 경주 작전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냐는 것이다. 경주 작전의 권한은 조교사에 있지만, 통상 기수의 의견도 함께 참고한다. 경주거리, 출전마의 습성, 상대 경주마 등 다양한 요인을 분석한 뒤 이를 통해 위치선정, 페이스 조절, 추진시기 등을 구상한다. 작전 결과에 따라 기수는 선두, 중간, 후미 그룹에서 경주를 전개한다.

보통 조교사는 경주마 출전이 확정되는 수요일(부경) 또는 목요일(서울), 기수와 함께 경주 분석에 들어간다. 기수는 경주 당일에도 대기실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이전 경주를 되돌아보며 레이스를 구상한다.

최종적으로 경마일 아침이나 경주 직전에 조교사와 기수가 경주 작전을 논의한다. 장소는 조교사 대기실, 마방, 출전준비소 등으로 다양하다. 서로 만날 수 없을 땐 유선으로 작전을 지시한다. 작전지시는 보통 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지만 대상경주나 주요경주를 앞두고는 조교사가 기수를 따라다니며 작전을 지시하는 경우도 흔하다. 부지런한 기수의 경우, 특정 경주마를 처음 타게 됐을 때 지난 경주를 돌아보는 것 외에 과거 그 말을 탔던 기수를 찾아가 경주습성을 캐묻기도 한다.

이처럼 조교사와 기수가 경주 작전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경주로에서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대 조교사와 기수 역시 우승을 노리고 치밀하게 경주 작전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주마는 살아 숨 쉬는 동물이기에 경주로에선 항상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기수들이 작전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각양각색이다. 출발대 안에서 출발자세가 좋지 않은 경우, 출발 시 말과 기수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경우, 다른 말과 부딪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른 당혹감과 문제해결은 오롯이 말 위에 오른 기수의 몫이다. 이 때문에 조교사와 기수는 작전이 계획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플랜B다. 이때 기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순간적인 판단과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승률과 기량을 보이는 기수들은 통상 이와 관련해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는 재능이라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수들은 경주 경험을 통해 능력을 갈고 닦는다. 부담중량의 이점이 있음에도 조교사들이 수습기수보다 경험 많은 기수를 선호하는 이유다. 그만큼 작전 수행능력은 경주 작전만큼이나 중요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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