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함께한 40년… “백지광고 사건 기억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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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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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충주독자센터 이종묵 사장… 이모부 이어 2대째 독자센터 운영
“인쇄매체 멀리하는 세태 아쉬워”

이종묵 본보 충주독자센터 사장은 1975년부터 2000년까지 직접 신문을 편철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이종묵 본보 충주독자센터 사장은 1975년부터 2000년까지 직접 신문을 편철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요즘 세태가 ‘활자’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에 빠져 있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종이에 인쇄된 글자를 통해 읽는 재미를 느끼고, 그 속에서 삶의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데 말입니다.”

동아일보 충주독자센터(옛 지국 또는 보급소)를 운영 중인 이종묵 사장(70). 그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신문과 책 등 인쇄매체를 멀리하는 세태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씨는 이모부에 이어 2대에 걸쳐 독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31일 열리는 본보 창간 97주년 기념식에서 40년 장기 근속상을 받는다. 이 씨가 처음 독자센터와 인연을 맺은 건 군 제대 직후인 1970년이다. “제대하고 나서 당시 서울 코스모스백화점에서 남성복점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모부(임영철·2003년 작고)의 요청을 받고 신문지국에서 일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6·25전쟁 때 고향인 북한 개성에서 피란 온 이 씨의 이모부는 동아일보 창간 직후부터 개인보급소 소장으로 일했다. 이 씨는 “이모부의 동아일보에 대한 애정은 가족 그 이상이었다. 당시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경찰이나 동사무소 직원들이 이모부를 감시하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서울에서 동대문구 이문동과 청량리, 중구 장충동 지국 등을 운영하다가 1981년부터 충주에서 지국을 운영하고 있다. 40년째 본보 지국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일어난 ‘백지광고’ 사건을 들었다. 그는 “당시 광화문 본사에는 백지 광고를 내려는 사람들의 줄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도 지국 격려 광고를 냈다”고 이 씨는 회고했다. 그는 지국을 운영하면서 매일 모은 신문(1975∼2000년)을 1년마다 사비를 들여 ‘편철’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이 신문 편철이 책장에 빼곡히 채워져 있다.

분재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 기부’에도 열심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충주시민을 위한 무료 분재교실을 8년째 열고 있다. 그는 사단법인 대한철쭉회장, 한국철쭉분재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 씨는 “체력이 도와주는 날까지 지국 운영을 계속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활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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