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남도 기행]봄바람 살랑이는 ‘힐링’ 여수항… “시름일랑 잊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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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고운 전남 여수에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온다. 나비 모양의 여수반도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동백꽃이 떨어진 자리에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내민 연분홍 진달래를 만날 수 있다. 여수 옛 도심 항구에도 봄이 왔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기운 가득 담은 꽃망울에서 새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휴식을 찾아 떠나고 싶은 요즘 남녘 끝자락 여수에 가면 답답했던 마음이 확 트이는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봄 햇살 가득한 여수 옛 도심의 낭만과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는 힐링 여수항으로 떠나 보자.

밤바다의 낭만 ‘쫑포’

낭만의 쫑포
낭만의 쫑포
여수(麗水)는 ‘물이 곱다’는 지명처럼 바닷물이 맑고 푸르다. 한마디로 쪽빛바다. 1년 365일 가운데 122일이 쾌청하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여수엑스포장과 오동도를 비롯해 여수 옛 도심 동쪽 곳곳은 봄바람을 맞으며 걷기에 제격이다.

종포해양공원은 밤바다 낭만이 넘친다. 여수 사람들이 ‘쫑포’, ‘소포’라고 부르는 해양공원 앞 옛 도심과 돌산도(읍) 사이 400m 바닷길에는 바닷물이 세차게 흘러 생명력이 느껴진다. 해양공원 앞 바닷길은 가로등과 유람선, 해상케이블카의 조명이 바닷물에 반사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수 밤바다의 대명사가 된 해양공원은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서 동문동 하멜등대까지 2km 거리다. 밤이 되면 해양공원에는 여수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낭만 포장마차’ 17곳이 불을 밝힌다. 낭만포차는 거문도 은갈치회를 비롯해 갓김치, 해산물, 삼합볶음 등 여수만의 맛을 선사한다.

고소대
이달 27일 밤에 찾은 낭만포차 곳곳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해산물 요리로 여독을 푼 관광객 김모 씨(27)는 “맛깔스러운 음식과 백만불짜리 야경을 즐기고 덤으로 넉넉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낭만포차의 안주 가격은 최저 3000원에서 최고 3만 원으로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에게 인기다. 포차들이 수익금의 3%를 공익 기부하고 있는 것도 자랑거리다.

해양공원에서 여수 옛 도심에 이르는 바닷가 거리에서는 다음 달 21일부터 6개월 동안 매주 금·토·일 오후 7∼9시 낭만버스커 여수밤바다 버스킹 공연이 열린다. 공연을 들으며 해양공원을 거닐다 보면 밴드그룹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노래 ‘여수 밤바다’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8월 해양공원에서는 ‘제1회 여수 국제 버스킹 페스티벌’이 열려 여름 바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해양공원 바닷가에는 세련된 펜션과 커피숍이 밤에도 불을 밝힌다. 해안선을 따라 명품 자전거 라이딩도 즐길 수 있다. 여수시는 지난해 12월 오동도∼여자만 구간에 해안선을 따라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라이딩 코스 23.7km를 개설했다. 앞서 돌산읍 도실삼거리∼송시삼거리 7.6km, 우두·진모지구 3km 등 총 10.6km 구간의 자전거도로 개설도 완료했다.

포구 추억의 ‘당머리’

추억의 포구 당머리
추억의 포구 당머리
여수 밤바다 조명이 한눈에 들어오는 돌산대교 옆길을 걸어 내려가면 작은 포구가 나온다. 남산동 당머리 마을이다. 마을 앞 20여 m 방파제와 갯벌에는 소형 어선들이 정박해 있어 조용한 어촌 분위기가 풍긴다. 마을 앞바다는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암초에 붙어 있는 해초와 굴이 손에 잡힐 듯하다.

당머리 마을 이름은 예암산 자락이 닭 머리 모양으로 뻗어 내린 지형에서 유래됐다. 어부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당굿이 자주 열려 당집머리를 줄어 당머리가 됐다는 설이 있고 마을 입구에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 자리해 당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마을 입구에는 여수 명물인 참장어(하모·はも) 음식점 8곳이 영업 중이다. 횟집 주인 신모 씨(54·여)는 “아직은 한산한 편이지만 여름이면 참장어 요리를 맛보러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당머리 마을 옆에는 여수수협 공판장과 특산물전시판매장이 있다. 여수어항단지인 국동항도 자리하고 있다. 국동항 옆에는 여름 무더위를 식히는 수변공원이 있다. 수변공원은 호젓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어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국동항 위쪽에는 여수에 가면 꼭 맛봐야 할 게장백반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게장백반 식당가 주변에는 하모, 새조개 등을 요리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국동항에서 조금만 걷다 보면 경도대합실이 나온다. 여수시내에서 지척인 섬 경도를 잇는 여객선 터미널이다. 국동항에서 닿을 듯 말 듯 보이는 경도는 부두에서 500m 떨어져 있어 여객선을 타면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국동항에서 잠수기수협 방향으로 가다 보면 여수 별미인 장어탕 횟집거리가 나온다. 장어를 통째로 넣어 끓이는 통장어탕과 장어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장어탕 횟집거리에서 서쪽으로 걸으면 신월동 넘너리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명칭은 파도가 닿는 해변이라는 뜻이다.

주철현 여수시장(58)은 “353개의 보석 같은 섬과 천혜의 해양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는 여수는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며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선사하는 해양관광 1번지로서 명성을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 흔적 담긴 ‘천사골목’

여수 옛 도심 ‘역사기행


종포해양공원의 카페와 펜션이 들어선 건물 뒤에는 고소동 산동네를 오르는 좁은 골목길이 있다. 천사골목으로 이름 붙은 1004m 길에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과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등에 나오는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 그려져 있다. 이순신 장군과 수하들이 거북선을 만들고 왜적과 싸우는 벽화도 있다.

천사골목은 지리적으로 높은 곳에 있어 여수 앞바다를 한눈에 보기에도 좋다.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해가 질 무렵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여수 바다 너머로 일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을이 지면 바다의 푸른색과 노을의 붉은색이 섞여 환상적인 경치를 만들어낸다.

천사골목에는 여수 8경 중 하나인 고소대(姑蘇臺)가 있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작전계획을 세우고 명령을 내린 지휘소인 장대(將臺)다. 고소대에는 이순신 장군의 전적을 기린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571호)와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타루비(보물 1288호)가 있다.

천사골목
천사골목 언덕을 내려오면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국보 304호 진남관을 만날 수 있다. 진남관은 조선시대 해군사령부 청사(廳舍)였다. 진남관에서 바닷가로 300m 정도 내려가면 이순신 장군 동상과 실물에 가까운 거북선 한 척을 전시한 이순신 광장이 나온다. 이순신 광장 자리에는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만들고 진수했던 좌수영 선소가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매립됐다.

김명천 여수문화원 사무국장(51)은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대교(돌산2대교) 아래 바닷 속에 철쇄 방비시설이 설치되는 등 여수 옛 도심 곳곳에는 나라를 지키려던 민초들의 흔적이 남아있다”며 “낭만을 즐기며 이순신 장군과 민초들의 삶을 엿보는 것도 또 다른 역사관광의 재미”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수#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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