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중국인들, 佛경찰과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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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인 피격 사망에 격렬시위… 150여명 경찰차 불태우고 돌던져
中외교부도 항의… 佛경찰 “정당방위”

프랑스 파리에 사는 중국인 남성이 집에서 사복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지자 현지 중국인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파리 경찰은 경찰에게 칼을 들고 맞서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 항의하고 관영 언론은 ‘인종 차별이 개입된 과잉 대응’이라고 비난했다.

29일 프랑스 언론과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 등에 따르면 사건은 26일 오후 8시경(현지 시간) 파리 북동쪽 19구(區)의 중국인 밀집 지역 퀴리알 지구 내 한 아파트에서 가정 폭력 사건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가정 폭력이 발생한 집에 도착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집 안에 있던 남성이 칼을 들고 경찰을 공격해 뒤에 있던 동료 경찰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총격으로 숨진 류사오야오(劉少堯·56) 씨 딸의 말은 전혀 다르다. 아버지가 마침 칼로 생선을 다듬던 도중 위층에서 이웃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 올라갔다가 내려와 칼을 들고 있을 때 경찰이 들이닥쳐 다짜고짜로 총을 쐈다는 것이다. 집 안에서 가정 폭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경찰에 대한 공격이 없었는데 아무런 경고도 없이 경찰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총격 사망 사실이 알려진 이튿날 저녁 파리의 중국인 150여 명은 19구 경찰서 앞에서 경찰차 한 대를 불태우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3명이 다쳤으며 시위대 중 35명이 경찰에 연행돼 26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프랑스 정부에 엄중히 항의했다”며 “프랑스 내 중국인의 안전과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환추시보는 사설에서 “공공장소도 아닌 가정집에 들어온 경찰은 보다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다”며 “총으로 제압한 것은 인종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문명사회라는 프랑스가 이민 약자에 대한 강압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공식적으로 약 60만 명이지만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실제 20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인터넷 BBC 중문판이 29일 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프랑스 내 중국인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첫 번째 임무”라며 “진상을 조사해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파리#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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