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장벽 공약’도 좌초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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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반발로 ‘정부 셧 다운’ 우려… 공화당서도 예산 제외 움직임
백악관 대변인 ‘러 내통’ 민감 반응… 기자에 “고개 젓지 말라” 신경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공약 중 하나인 오바마케어 폐기가 좌초된 데 이어 또 다른 핵심 공약인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민주당의 반발로 연방정부 ‘셧 다운(부분업무정지)’을 우려하는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내년 예산안에 장벽건설 자금을 반영하려는 트럼프의 구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민주당은 2018 회계연도 예산안에 장벽건설 자금이 포함되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16일 공개한 2018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해 멕시코 장벽 건설을 위한 자금으로 41억 달러(약 4조6000억 원)를 의회에 요청했다. 멕시코 장벽 건설 총액 300억 달러(약 33조9000억 원) 가운데 첫 예산 요구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의 반발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정부 셧다운을 피하자는 분위기가 공화당 내에 많다”고 전했다. 때문에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방안으로 연방정부 예산안과 장벽 건설 자금의 처리를 분리하는 방안도 나온다.

트럼프케어 하원 표결 불발 이후 트럼프와 백악관의 신경전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도시 라디오 네트워크’ 소속 에이프릴 라이언 기자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러시아와의 커넥션은 없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밤 샐러드에 러시안 드레싱을 올려서 먹어도 (반대론자들은) 어떻게든 커넥션이라고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라이언 기자가 자신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자 “다시는 고개를 가로젓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파이서와 설전을 벌인 라이언 기자는 이후 많은 동료로부터 격려를 받았다며 “(스파이서의 태도가) 모욕적이었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게 됐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와 겨뤘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여성 경영인 관련 행사 연설에서 “독보적으로 성실한 기자인 라이언은 자신의 일을 하던 중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무시당하고 질문을 차단당했다”며 라이언 기자를 감쌌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내통 의혹과 관련해 불리한 증언을 예고한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의 의회 청문회 증언을 막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법무부가 이날 예정됐다 취소된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의 하원 정보위 청문회 출석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백악관은 전면 부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국경장벽#공약#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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