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력 확 키운 핵실험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굳히려 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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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핵실험, 10년 핵개발 총결산
소형 핵탄두 실전능력 검증 시험대… 다양한 핵물질로 연쇄실험 할수도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일대에서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사실상의(de facto) 핵보유국’으로 들어서는 최종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10여 년에 걸친 핵 개발의 총결산이자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핵 소형화의 마무리 절차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파키스탄의 핵 개발을 주도한 압둘 카디르 칸 박사와의 ‘핵 커넥션’을 기반으로 지난해 9월까지 5차례나 핵실험을 한 북한의 핵 능력은 ‘완성’을 넘어 ‘숙성 단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6차 핵실험은 소형 핵탄두의 실전 능력을 최종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더 이상 저지할 수 없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확산시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겠다는 계산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6차 핵실험은 기존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른 핵 도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령 1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의 위력을 나타낸 5차 핵실험보다 수십 배 강력한 핵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100kt 이상의 증폭 핵분열탄(수소폭탄의 전 단계)을 터뜨려 핵 위협을 최대한 과시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Pu)을 포함해 다양한 핵물질로 연쇄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100m 안팎의 지하 암반을 수평으로 뚫은 여러 개의 본 갱도와 가지 갱도로 이뤄져 2, 3차례 이상의 핵실험을 잇달아 실시할 수 있는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1999년 5월 28일과 30일 이틀 동안 서로 다른 종류의 핵물질로 6차례 연쇄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후 실전에 최적화된 핵무기를 완성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실전 배치한 뒤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양상을 좌우할 관건은 핵물질 보유량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그간 폐연료봉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으로 다량의 핵물질을 확보했다면 6차 핵실험은 규모와 위력 면에서 유례없이 강력하게 이뤄질 공산이 크다. 반면 핵물질이 충분하지 않다면 한 차례 핵실험 후 핵물질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뒤 추가 핵 도발 기회를 엿볼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핵#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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