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최성해]재고해야 할 대학 입학금 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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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동양대 총장
최성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동양대 총장
최근 국회에 입학금에 대한 법적 근거의 미흡성, 입학 경비 외 타 용도 사용 등의 문제로 입학금 폐지 또는 규모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틀린 지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국회가 대학 형편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입학금은 신입생 관리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업료와 마찬가지로 대학 설립 이후 수십 년간 학교 운영 또는 학교 교육에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타 수입금과 함께 예산총계주의에 따라 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재정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정부 통제는 오히려 심화되었고 대학 간 상대평가로 인해 출혈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학금 폐지는 결국 더욱 심각한 대학 재정 여건의 악화를 초래한다. 만약 입학금을 폐지하면,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입학금 및 수업료를 고려해 등록금을 편성하는 입장에서 입학금을 폐지하면 정상적 운영을 위해 수업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금과 수업료는 재학생, 동문, 전문가,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책정된다. 사실상 수업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의 대학은 입학금과 수업료 등의 두 항목을 동일 개념으로 적용하여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입학금과 수업료로 전공, 교양, 비교과 교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입학금 폐지는 다양한 교육활동의 축소를 야기할 것이다.

입학금을 입학을 위한 단순한 수수료로 보는 관점은 철저히 미국식이다. 그러나 일본만 해도 수업료의 절반에 가까운 입학금을 학생들이 부담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입학금은 그 대학사회의 일원이 되어 공유하게 되는 멤버십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평생교육 시대에 대학 생활은 졸업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다. 졸업생들도 언제든지 모교의 시설물이나 다양한 교육자산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입학금을 단순히 목적성 경비인 수수료로 파악하는 것이나 그 때문에 입학금을 폐지한다는 것은 우리 대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소치다.

최성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동양대 총장
#입학금#대학 입학금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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