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4000억 선박발주에 조선업계 ‘술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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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유조선 5척… 4년만에 ‘단비’
국내 빅3 치열한 수주경쟁 벌일듯

전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가 모처럼 한국 선사의 발주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에 들어갔다.

29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주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5척을 발주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입찰을 제안한 계약에는 5척을 먼저 발주하고, 5척은 향후 해운업황에 따라 추가로 발주한다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이달 VLCC 선가가 1척당 8000만 달러(약 890억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옵션을 제외하더라도 4억 달러(약 445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일감이다.

이번 입찰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가 모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조선소가 경쟁에서 승리할지는 6월쯤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이 선박 발주에 나서는 것은 4년 만이고, 원유 운반선 발주는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현대상선은 “원유 운반선 운용은 장기운송 계약을 맺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이번 계약이 마무리되고 나면 2500∼3000TEU(1TEU는 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1개분)급 컨테이너선 5척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할 예정이다. 이번 발주는 정부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조성한 2조6000억 원 규모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뤄지게 된다.

조선사들에 ‘단비’ 같은 발주 소식이지만 조선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입찰가와 기술력에 큰 차이가 없으면 결국 대우조선이 일감을 따내지 않겠냐는 ‘소문’ 때문이다. 현대상선과 대우조선은 최대 주주가 모두 KDB산업은행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부모가 같은 형제 격인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에 일감을 주지 않겠냐. 일단 응찰은 하겠지만 경쟁사로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현대상선#조선업계#선박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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