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비경’ 담은 백록담 남벽구간 24년만에 등산객 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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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 분산 위해 내년 3월 재개방… 어리목-영실 등 5개 탐방로 연결
기존 탐방로 활용 환경훼손 최소화, 급경사 많아 안전 우려도 제기

한라산 정상 탐방의 다양화, 탐방객 분산 등을 위해 내년 3월 백록담 남벽구간이 다시 개방될 예정이다. 한 탐방객이 남벽 분기점에서 현재 출입을 통제하는 남벽구간을 바라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정상 탐방의 다양화, 탐방객 분산 등을 위해 내년 3월 백록담 남벽구간이 다시 개방될 예정이다. 한 탐방객이 남벽 분기점에서 현재 출입을 통제하는 남벽구간을 바라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숨이 턱밑까지 찼다. 다섯 걸음 정도 걷다가 쉬기를 반복했다. 바로 서기에는 경사가 심해 앞으로 굽혀 기다시피 했다. 진눈깨비가 날리는 26일 오전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는 백록담 남벽구간. 바위 등이 쓸려 내리면서 1994년 4월 출입이 통제된 등산 구간이다. 해발 1600m 남벽 분기점에서 올라갈 때만 해도 견딜 만했다. 과거 돌계단 흔적도 보였다. 남벽 중간 지점부터 본격적인 너덜지대이자 급경사 길이다. 길은 바위와 암반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뒤를 돌아본 순간 안개가 걷히면서 광활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남벽 분기점에서 정상까지의 850m 남벽구간은 난코스이지만 한라산의 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정상 탐방로를 다양화하고 탐방객 분산을 위해 남벽구간을 정비한 뒤 내년 3월 재개방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성판악 탐방로에 탐방객이 몰리면서 빚어지는 주차난, 교통 체증, 환경 파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남벽구간이 재개방되면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성판악, 관음사 등의 5개 탐방로가 모두 연결된다. 한라산 탐방을 ‘사통팔달’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탐방객을 분산시킬 수 있다.

세계유산본부 측은 지난해 말 한라산 자문단, 지질 토목 환경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현지 조사와 안전진단을 실시해 신설 탐방로를 만들지 않고 낙석방지 시설을 한 뒤 기존 남벽구간 탐방로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 대신 훼손이 심한 남벽 정상을 우회해서 동릉정상과 연결시키기로 했다. 남벽구간 하부 식생을 보호하고 답압(踏壓·등산로에서 사람이 지면을 밟을 때 생기는 식물들의 손상)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상에서 50cm를 띄워 나무 덱 설치하기로 했다.

남벽구간에 서면 산철쭉이 붉은 융단처럼 펼쳐지는 장관이 일품이고 서귀포시 해안선 등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 취향에 따라 한라산 탐방로를 한데 모으면 다양한 코스가 만들어지고 제주올레길, 한라산둘레길 등과 연계한 트레킹도 가능하다.

남벽구간 재개방에 대한 우려도 있다. 1994년 일부 돌계단이 무너진 이후 별다른 붕괴사고가 없었지만 급경사 길인 데다 지상으로 노출된 바위가 많다. 남벽구간 주변은 지질학적으로 풍화작용에 약한 조면암과 강도가 상대적으로 센 현무암지대가 맞닿아 있다. 지질 전문가들은 “노출된 바위를 우회하면서 나무 덱을 기반암에 고정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상악화 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벽구간이 개방되면 한라산 정상까지 탐방 거리는 영실탐방로 6.7km, 어리목탐방로 7.7km 등으로 기존 정상탐방 코스인 성판악 9.6km, 관음사 8.7km에 비해 짧아 탐방객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남벽구간 재개방은 돈내코 탐방로가 활성화되고 탐방객 분산은 물론이고 숨겨진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며 “재개방한 뒤 탐방객 추이를 보면서 휴식년제나 예약제 등 후속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백록담 남벽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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