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감소 위기 극복하자” 외부서 교장 수혈한 대전이문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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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크게 줄어 위기감 확산
친인척 임용 대신 평교사 발탁… 행정실장도 사업가 출신 뽑아
다른 중고교로 확산될지 관심 집중

첫 번째 사학 외부 영입 교장으로 주목을 받는 김동춘 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이재홍 교감(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쉬는 시간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첫 번째 사학 외부 영입 교장으로 주목을 받는 김동춘 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이재홍 교감(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쉬는 시간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사립학교인 대전이문고 김동춘 교장(53)은 약 한 달 전만 해도 대성여중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평교사였다. 학생수 감소 등으로 위기에 빠진 이문고가 재단과 무관한 그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이 같은 파격적 외부 초빙은 대전지역 사학에서 처음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사립 중고교들이 외부 인사를 수혈하는 계기가 될지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 대전 첫 평교사 교장 임용 파격

1964년 해동학원으로 출발한 이문학원은 산하에 이문고와 신탄진중학교 등 두 학교를 뒀다. 대전중앙시장에서 철물점으로 돈을 모았다는 고 이병무 옹이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학교를 설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학생수가 크게 줄어들어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문고의 경우 2014년 210명이었던 학생수가 올해 164명으로 준 데다 앞으로 감소 추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됐다.

학교가 있는 신탄진이 대전 외곽이어서 학령인구 감소가 두드러진 데다 뒤늦게 평준화 지역으로 편입됐지만 도심에서 지원하지 않아 경쟁력이 약하다. 교원 사회의 변화와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교류 없이 20∼30년씩 한 곳에서 근무하는 사립학교의 특성 때문이다.

올해 초 이재광 이사장(53·사진)은 교장의 외부 영입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금융업계에서 30여 년 근무했고 현재 SK증권 상무로 재직 중인 그는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thinking outside the box)’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이사장은 “학교는 인간교육이 목표지만 그 방법은 서비스업처럼 혁신적이어야 한다. ‘다니고 싶은 학교, 보내고 싶은 학교, 근무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려면 외부 수혈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사학이 학교 핵심 보직 임용에서 친인척을 배제하려면 꽤 큰 결단이 필요하다. 이 이사장은 학생수가 크게 줄었던 2009년경에도 “학교를 바꾸려면 재단이 먼저 권한과 이익을 내려놔야 한다”며 살림살이 총책인 행정실장을 공채로 뽑았다. 사업가 출신인 공채 행정실장은 급식실과 강당 증개축 등으로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 사립중고교 외부 수혈 잇따를까 관심

이 이사장은 학교경영계획 회의를 열어 학교의 위기를 설명하고 외부 영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많은 교사들은 내부 승진으로 교장이 되는 꿈을 꾸기 때문이다. 이어 수소문 끝에 3명의 후보를 찾아내 이사회 의결을 거쳐 김 교장 초빙을 결정했다. 사립학교의 교장 외부 초빙은 법률에 규정된 데다 타 시도 선례도 있지만 대전에서는 처음이다.

이 이사장은 “김 교장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입시전문가지만 그 못지않게 혁신적이고 균형 있는 일처리와 교육철학을 가져 학교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 서울대 고교-대학연계협의회 자문위원, EBS 대입정보설명회 대표 강사 등을 역임했다.

김 교장이 부임하자 주변에서는 입시 위주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지만 정작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학실과 도서실이 상시 개방되고 야간자습도 교과공부와 더불어 토론수업, 예체능 활동 등으로 다양해졌다. 학생들은 학교가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한다.

김 교장은 “교과와 비교과의 균형을 통해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교육은 물론 진학 실적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오랜 입시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며 “대학 진학을 의식하지 않고 교육의 본질적 목적을 추구해 초빙 교장의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사립학교#대전이문고#평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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