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다시 희망으로]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아동-가족 지켜온 든든한 ‘초록우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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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잘 부르고 춤도 곧잘 추며 가족의 재롱둥이었던 신애에게 열 살이 되던 해, 10만 명 중 1명이 걸린다는 길랭바레증후군이 찾아왔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신경세포를 둘러싼 절연물질이 벗겨지면서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으로 하체가 마비되고, 상체까지 마비 증상이 올라온다. 신애는 잘 회복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경기를 일으키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더니 뇌병변까지 왔다. 엄마는 8년간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냈고, 아빠는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신애의 언니는 학교에 잘 가지 않아 유급이 되었고, 올해 다시 중학교 3학년이 됐다.

열이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비스코트 알드리히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비스코트 알드리히 증후군은 X염색체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기는 희귀 난치병으로 혈소판 감소증, 아토피 피부염, 폐렴 등이 나타난다. 4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는 열이의 치료비를 위해 아빠는 마트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지만 막대한 병원비로 빚은 계속 쌓여만 간다. 할머니는 일을 그만두고 24시간 열이를 간호하고 있다. 열이는 네 살이 되었지만 여태껏 병원 밖을 나서 본 적이 없다.

연평균 2500만 원 육박하는 자녀 의료비에 악화되는 가계 형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가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진 만 19세 미만 아동이 있는 200가구를 대상으로 ‘아동가구 의료비 과부담 실태 분석(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중심)’을 진행한 결과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자녀의 의료비로 연평균 2476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비 부담이 크지만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자녀의 경우 24시간 간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 병간호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녀의 질환 발생으로 가구의 지불능력 대비 의료비 지출이 40%를 넘은 의료비 과부담 발생 가구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53%가 주소득 경제활동 인구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비 과부담 발생가구 중 가계 형편이 절대빈곤선으로 하락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진입한 가구는 51%에 달했다.

이와 함께 자녀의 발병 이전에도 의료비 과부담이었던 가구의 34%와 자녀의 발병 이후에도 의료비 과부담이 발생하지 않은 가구의 33%가 새로운 기초생활수급 가구로 진입했다.

문제는 단순히 가구의 경제상황 악화로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아픈 후 이혼을 한 가정도 있고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가정도 있다. 환아의 형제자매도 제대로 보살핌 받지 못한다. 중증질환 아동 보호자의 44%는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했으며 환아의 형제자매가 주3일 이상 보호자의 돌봄 없이 방치된 경우는 19%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김은정 소장은 “아이 한 명이 아프면 가족이 무너진다. 아이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며, 어린이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 및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질환 환아 가족에 희망을 심어주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자녀의 경우 24시간 간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 병간호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중증 환아 가정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자녀의 경우 24시간 간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 병간호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중증 환아 가정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1998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약 2370명의 아동에게 118억 원 이상의 의료지원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환아 지원을 위해 캠페인 ‘하루’를 통해 환아의 치료비, 수술비를 비롯해 심리 및 언어 치료비, 생계비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만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비 본인부담금 일체를 면하는 국민건강보호법 개정을 위한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 서명캠페인’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가 함께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총 10만여 명이 동참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환아 지원을 위한 캠페인과 함께 지난달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제도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와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어린이병원비 국가 책임을 촉구하는 당사자 가족 증언대회를 주최한 바 있다.

김 소장은 “자녀의 연평균 의료비 2476만 원 중에서 입원병원비가 1032만 원으로 입원비 부담이 가장 크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입원병원비 보장성 강화가 시급하다”며 “국가는 모든 어린이들이 차별 받지 않고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아동의 생명권을 보장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어린이 의료비 또한 국가적 과제로 받아들이고 관련된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ChildFund Korea)은 1948년부터 한국의 사회복지역사와 함께해 왔다. 국제어린이재단연맹 회원단체로 국내외 58개국의 아동을 돕고 있는 글로벌 아동복지전문기관이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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