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좌절과 고뇌, 그리고 환희의 순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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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청춘의 열병’展
젊음 주제 사진-영상-그라피티… 세계 각국 아티스트 28명 참여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가 뜨겁다.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 얘기다.

세계 각국 아티스트 28명이 사진, 영상, 그라피티 작품을 선보였다. 모두 젊음(youth)이 주제다. 제목에 걸맞게 작품마다 델 것 같은 화기(火氣), 지독한 우울함이 뒤섞였다. 에이드리엔 샐린저의 사진 ‘Brad S.’의 도발적인 청년의 눈빛, 리처드 길리건의 ‘Jake Snelling’ 속 청년의 일그러진 표정과 피가 맺힌 잇몸, 래리 클라크의 ‘Untitled (kids)’에서 서로를 포옹하면서도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남녀 등이 그렇다. 국내 작가 이광기 씨가 네온사인 형태로 제작한 ‘내가 니를 어찌 키웠는데’ ‘나는 엄마에게 속았어요’ 등도 눈길을 끈다.

청년의 반항적인 눈빛을 포착한 에이드리엔 샐린저의 ‘Brad S.’(1991년).
청년의 반항적인 눈빛을 포착한 에이드리엔 샐린저의 ‘Brad S.’(1991년).
전시장은 두 개 층으로 구성됐다. 1층의 어두운 조명과 철창은 청춘의 좌절과 고뇌를 상징한다. 다양한 사진 가운데서도 스케이트보드와 문신 시리즈가 돋보인다. 러시아 작가 고샤 루브친스키는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하는 청년들의 사진을 찍는다. 작가 자신도 스케이트보드 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사진에서 스케이트보드에 올라앉은 청년들은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워 보인다.

스콧 캠벨의 문신 영상과 사진도 시선을 붙잡는다.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문신을 새긴 청년들의 모습은, 비록 그들이 장래를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청춘이 길지 않음을 직감하는 듯하다. 젊은 관객이든 그보다 나이가 든 관객이든, 문신처럼 가슴에 남겨져 지워지지 않는 청춘의 기억을 떠올릴 법하다.

막 어딘가로 뛰어들려는 여성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마샤 데미아노바의 ‘Polina Jumping into Nothing’ (2014년). 디뮤지엄 제공
막 어딘가로 뛰어들려는 여성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마샤 데미아노바의 ‘Polina Jumping into Nothing’ (2014년). 디뮤지엄 제공
2층은 밝다. 청춘들의 환한 모습으로 가득하다. 라이언 맥긴리의 ‘Peepers’에서는 벌거벗은 두 여성이 숲을 뛰어간다. 뒷모습이지만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샤 데미아노바의 사진에선 수영복 입은 여성이 숲 속 통나무 위에서 어딘가로 뛰어내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엔 안 보이지만 당연히 물속으로 뛰어들려니 생각하려다 제목을 보니 ‘Polina Jumping into Nothing’이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불안하고도 자유로운 청춘의 표상이다.

전시는 개막 한 달 만에 10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시작들의 피사체와 동년배인 20, 30대 관람객이 많지만 청춘의 열병을 일찍이 겪었던 중장년층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5월 28일까지. 5000∼8000원.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youth-청춘의 열병 전시회#라이언 맥긴리#에이드리엔 샐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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