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만 있다면 목숨 내놓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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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세월호 조기장, 옥중 참회의 편지
“승객 버리고 도주… 엄청난 큰 죄… 같은 부모 입장에서 피눈물 속죄”

‘화물칸 구조 변경’ 지적한 조타수 편지 세월호 조타수였던 고 오용석 씨가 보낸 편지에는 세월호 화물칸의 벽 일부가 철제 구조물이 아닌 천막으로 돼 있었다는 내용이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장헌권 목사 제공
‘화물칸 구조 변경’ 지적한 조타수 편지 세월호 조타수였던 고 오용석 씨가 보낸 편지에는 세월호 화물칸의 벽 일부가 철제 구조물이 아닌 천막으로 돼 있었다는 내용이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장헌권 목사 제공
“모든 것을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내 목숨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승객을 버리고 도주한 세월호 선원 중 조기장 전모 씨(64)가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가 재판을 받던 2014년 11월경 광주 광산구 서정교회의 장헌권 목사(60)에게 보낸 ‘옥중 편지’다. 세월호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28일 현재 전 씨는 징역형이 선고된 세월호 선원 중 유일하게 형기를 마친 사람이다.

약 2년 5개월 만에 공개된 편지에서 전 씨는 참사 당시 자신의 행동을 크게 후회했다. 그는 “청천벽력 같은 암담한 현실이 너무도 두렵고 무엇으로도,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참사 당시 자신이 죽었어야 한다고도 했다.


부모의 심정에서 참회한다는 취지의 글도 썼다. 전 씨는 “자식이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생때같은 어린 자식들의 처절한 절규가 내 심정을 시커멓게 오열하는 그 가족들의 원망과 눈물이 피눈물로 흘려 내리고 있습니다”라고 속죄했다. 이는 그의 딸이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씨는 “자식 중에서도 정이 갔던 딸자식이 못난 아비를 대신하여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사고 당시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 씨는 당시 상황을 “세월호가 복원성을 잃고 급속히 좌현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법당국이 판단한 세월호 침몰 과정과 같다. 이어 그는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다며 “기도해 달라”고 장 목사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조기장인 전 씨는 세월호의 각종 기관을 관리하는 조기수들을 감독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1등 항해사에게 보고하는 역할이다. 2015년 대법원은 유기치상과 유기치사,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전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세월호 승무원 가운데서는 가장 가벼운 처벌이었다. 그는 항소 과정에서 “세월호 소유주인 청해진해운과 실제 계약을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구조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준석 선장은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전 씨는 현재 부산에서 노모를 모시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인 그의 노모는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편지를 공개한 장 목사는 “전 씨의 편지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구특교 기자
#세월호#선장#조기장#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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