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을 즐기는 ‘경정의 강자’ 심상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9일 05시 45분


심상철
하급모터 최악의 조건에도 2연승
“위기극복 탁월…프로정신 돋보여”


지난시즌 경정 MVP 심상철(7기, A1등급, 35세)이 2017시즌에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펠러고정제 도입과 경정 선수들의 기량 평준화, 신예 유망주들이 혜성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평범한 모터를 배정받거나 아웃코스에 출전하면 맥을 못 추는 선수들이 많지만 심상철만은 예외다.

‘물위의 격투기’라고 불리는 경정의 특성상 모터의 기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배정받은 모터의 성능이 시원치 않으면 아무리 날고 기는 강자라고 해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심상철은 조건이 좋지 않다고 좌절하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 출전 회차 마다 팬들을 감탄시키고 있다.

올해 첫 출전이었던 1회차(1월25∼27일) 심상철이 배정받은 모터는 16번. 당시 모터의 누적 착순점은 4.67, 최근 9경주 착순점은 3.67이었다. 착순점은 경주별 결승선 도착순서에 따른 모터(선수, 보트 동일)의 득점이다.

일반 경주에서 1등 모터에 착순점 10점, 2등 8점, 3등 6점, 4등 4점, 5등 2점, 6등 1점을 준다. 착순점 3.67은 누가 봐도 하급모터임이 분명했다. 결국 심상철도 1일차 4경주 6코스 출전에서 최하위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12경주에서는 인빠지기로 선두를 꿰찼고 다음날 5코스에 출전한 8경주에서는 휘감아찌르기로 2연승으로 31.7배의 고배당을 선사했다. 이후 5착과 2착을 기록하며 악조건 속에서도 시즌 첫 회차를 산뜻하게 시작했다.

3회차(2월8∼9일) 때도 모터 배정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장착한 13번 모터는 누적 착순점 5.37, 최근 9경주 착순점 3.67로 중하급 성능이었다. 역시 첫날에는 2착을 했고 목요경주에서는 2착과 시즌 3승 사냥에 성공하며 불리한 조건을 극복했다. 다행히 4회차(2월15∼16일)에는 중급 모터를 손에 넣으면서 우승 2회, 3착 1회로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6회차(3월1∼2일)에서는 하급인 64번 모터에 발목을 잡혀 3착만 3회 기록했다.

제1차 그랑프리포인트 쟁탈전이 있었던 7회차 (3월8∼9일)에서도 사실상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호흡을 맞춰본 143번 모터를 배정받았으나 누적 착순점이 4.51이었다. 인터뷰 때 “기대보다 못하다”는 평을 했다.

그렇지만 악조건을 이겨내면서 2연승의 영예를 안았다. 8회차(3월15∼16일)에서도 4점대의 모터를 배정받았지만 한 차례 입상했다.

심상철은 지난 시즌 전체성적 부문 1위, 다승 부문 1위(41승), 상금 부문에서도 1억4888만원으로 1위와 함께 역대최고 상금선수에 올라 3관왕을 꿰찼고 2016년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며 2016 경정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경정전문가들은 “현재 심상철의 성적은 착순점 7.32, 평균득점 7.08이다. 지금까지 19번 출전해 우승 7회, 2착 3회, 3착 6회를 기록했다. 좋지 않은 모터를 배정받고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어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이 경정선수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 위기 극복 능력이 탁월한 만큼 조건이 좋지 않다고 해서 끝까지 눈여겨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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